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가 말하는 40대
-40대를 어떤 세대로 규정할 수 있나.
“이른바 486세대와 X세대가 섞여 있다. 미국의 세대 구분을 인용하면 1933년에서 45년 사이에 출생한 스윙 세대와 유사하다. 이들은 앞 세대인 ‘2차 대전 세대’와 뒤이은 ‘베이비부머’의 중간인데, 인구 구성상 소수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앞 세대에 비해 문화적으로 개방됐고, 60년대 미·유럽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앞뒤 세대의 가치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측면 때문에 스윙 세대로 불린다.”
-한국의 40대와 어떤 점이 유사한가.
“대중문화 세대라는 게 대표적 특징이다. 기존의 여러 규제와 근본주의에 대한 반발심도 엿보인다. 우리 40대도 탈가치·탈권위·탈규제 성향이 뚜렷하다. 같은 40대지만 일부는 위 세대와 마찬가지로 출세와 성공의 길을 걸었고, 일부는 외환위기(IMF) 세대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상대적 박탈감을 겪었다. 같은 40대 안에서 이질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스윙 세대와 유사한 특징이다.”
-기존 세대와 가치관에서 차이가 있나.
“위 세대가 민족을 앞세운 데 비해 지금 40대는 한마디로 정상국가(Normal State)에 대한 지향이 뚜렷하다.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국가를 원한다. 요즘 말하는 복지국가 담론과도 연결된다. 외부에서 주어진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념과 가치를 만들어 낸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생활에서는 어떤 특징이 엿보이나.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위 세대보다 덜하다. 현재의 40대, 그리고 앞으로 40대가 될 사람들은 가족보다 개인 삶을 더 우선한다. 결혼을 하더라도 형편이 안 되면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겠다는 자세다. 사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들이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면 많은 게 바뀔 수 있겠다.
“삶의 질이 50대 이상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 집’에 대한 생각,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문제, 문화 향유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혼자 즐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보수 또는 중도 합리주의 성향을 표출하리라 본다.”
-젊은 세대와의 갈등은 없겠나.
“한국 사회가 97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로 급속하게 진입했다. 20~30대는 벤처 또는 개척자 정신 등 미국식 가치관에 익숙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기에 들어가는 40대는 20~30대와 가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