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회사 합격하고도…" 외국인 너무 놀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5:16
“더 잘해야 돼요.” 최근 한 시험에서 B+를 받은 동료가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합격 안정권에 들어가는 점수였던 데다 내 생각에는 칭찬받을 만한 성적인데도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에게 B+는 F와 비슷한 점수였다.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한국인들은 드물지 않다. 한국인들은 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일까.



한국이 전쟁 후 가난을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로 성장하는 기적을 이뤄낸 데는 한국인들의 근면함과 성실함이 있었다. 한국 근무를 시작한 2011년 이후부터 난 한국인들의 추진력과 투지에 깊은 인상을 받아왔다. 인사말부터도 그렇다. 퇴근할 때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의례적인 말 대신 열심히 일했다는 의미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교육 부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한국인 학생들이 학교·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지나치게 길다. 부모는 한 달 평균 100만원 넘는 금액을 자녀 교육을 위해 쓴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은 국가이며 수리 능력에선 최상위 수준이다. 전 세계 정치인들은 한국을 가리켜 학업성취도의 빛나는 등불이라고 칭한다. 한국은 그 칭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대체 얼마인가.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최근까지 일했던 인턴이 굴지의 다국적기업 입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런 그녀가 학점 평점을 조금 올리기 위해 한 과목을 재수강하려고 학교를 더 다니겠다고 결정했다.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최고의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더 많은 걸 원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 어떤 이들은 또래집단에서 받는 압박감 때문이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개인적 자존심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그냥 “꽤 흔한 현상일 뿐”이라고 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매진하는 사람들은 존경과 칭찬을 받아 마땅하지만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이 OECD 통계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분야는 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순위다. 이는 한국의 자살률이 놀랄 만큼 높은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학생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학교와 학원을 다녀온 후 집에서 몇 시간씩 숙제를 해야 하는 강행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통적으로 음악·미술·체육과 같은 과목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것도 이유다. 체육시간이 있어도 주중 정규 시간표가 아니라 토요일에 배정되는 경우가 꽤 있다. 최근 만난 어떤 학생은 음악을 하는 게 자기의 꿈이지만 부모님에게 개인레슨 비용을 대달라고 얘기하자니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딸이 일류 기업에 취직해서 “제대로 된 일”을 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의 완벽주의는 다른 곳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한국인 친구 중 한 명은 내게 자기가 성형수술을 받으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자신이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달 초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인천국제공항이 2년 연속 세계 최고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포스터를 봤다. 그 옆에는 인천공항이 7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선정됐다는 포스터도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인천공항은 물론 환상적인 시설이다. 그 점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1등이 돼야 하고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아닐까.



난 한국에 사는 게 좋고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성과에 자부심을 갖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린 때로 B+도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고 사람들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인정해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콜린 그레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한 후 기자로 일하다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스페인 등에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부임했다.



콜린 그레이 주한 영국대사관 대변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