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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칼럼] 박 당선인, 민주당 속히 만나라

중앙선데이 2013.01.20 01:38 306호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상의 제1야당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박 당선인을 기피했다. 2008년 총선 때 친박 세력을 공천하는 데 인색했고, 느닷없이 세종시 공약 수정안을 꺼내 박 당선인의 지역기반을 뒤흔들려 했다.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에게 권력을 나눠 주느니 민주당과 연정을 택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차기 지도자 박근혜의 힘은 세졌고, 대통령 이명박의 리더십은 불구가 돼 갔다. 집권 중반기 들어 이 대통령이 현실을 인정하고 박 당선인과 타협하면서 비로소 여권은 안정을 되찾았다.

사실상의 대선 본선이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겨우 1.5%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명박 정부 두 달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153석 가운데 70여 석은 친박그룹 것이었다. 친이계의 공천 학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연대가 14석을 추가하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힘은 한나라당의 과반을 위협했다.

이런 박 당선인의 실체를 무시한 이 대통령은 여의도를 멀리한 채 ‘국민만 상대하겠다’며 민주당과의 대화도 기피했다.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이긴 것만 강조하면서 친이계만으로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 집권석 달 만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건 당연했다.

여당 속 야당으로 찬밥을 먹다 대선에서 이긴 박근혜 당선인으로선 억눌러온 권력의지를 마음껏 펼쳐 보고 싶은 의욕이 넘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쓰라렸던 시절을 되새기며 이 대통령의 악수(惡手)를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정능력 측면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불리한 처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겐 청와대 안의 야당을 자처한 부인 육영수 여사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한 박 당선인이 있었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겐 육영수 여사처럼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려 줄 배우자도 없고, 여당 내에서 제동을 걸어줄 제2의 박근혜도 없다. 지금 새누리당 내부에는 ‘박근혜의 레이저빔이 무섭다’며 납작 엎드린 이가 대부분이다.

‘친박’으로 가득 채워진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5년의 성적표를 갖고 2017년 대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방패 삼아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피하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겐 이런 도우미 세력이 없는 모양새다.

그런 만큼 박 당선인은 야당과 반대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부터 만나야 한다. 이젠 대선 승리를 놓고 싸운 정적이 아니라 국정 협력자로서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밉건 곱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48%를 넘는다. 또 19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의석(127석)은 전체 의석의 42%나 된다. 박 당선인이 민주통합당을 기피하면 이들을 찍은 절반의 국민을 외면하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호남 출신으로 임명하는 식의 정치공학적 탕평책은 이명박 대통령도 해봤다. 이젠 그것만으로 박 당선인이 원하는 국민 대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늘 소통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는 18일 일부 지지층이 주장해 온 ‘대선 재검표’ 요구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내는 용단을 보여줬다. 이제는 박 당선인이 화답할 차례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만나 자신의 공약과 차이가 없는 부분들은 협력하고 다른 부분은 차이를 좁혀 나가자고 제안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속 야당인 친박 세력을 인정하지도, 권력을 나눠주지도 않다가 청와대 생활을 힘들게 했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함께할수록 오래간다는 말을 입증해 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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