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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비슷한 '이 병' 그냥 내버려뒀다가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0:55
미국을 휩쓴 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7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중국도 인플루엔자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인플루엔자에 긴장하는 것은 단순한 독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300만~500만 명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중 25만~50만 명이 사망한다. 미국은 해마다 2만6000~5만 명이 인플루엔자 때문에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인플루엔자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매년 2000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김우주(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 단장에게 인플루엔자의 위험성, 고위험군,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고위험군, 지금이라도 예방 접종해야
인플루엔자 예방과 치료법: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인플루엔자와 감기의 차이점은.

“인플루엔자를 독감으로 부르며 감기와 비슷한 병으로 오해하고 있다.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원인, 증상, 치료법이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라이노, 아데노, 코로나 바이러스 등 100여 가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대개 저절로 낫는다. 인플루엔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종류는 크게 A, B, C형 세 가지다. 이 중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A, B형이다. B형은 한 가지만 있다.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데, 주로 H1N1형과 H3N2형 두 가지가 인플루엔자를 일으킨다.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급성으로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고 근육통, 오한, 두통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어떻게 전파되나.

“A형은 야생조류에서 시작한다. 조류는 수많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공생하기 때문에 사람처럼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류의 배설물 등으로 시작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가금류(닭·오리), 돼지 같은 중간숙주를 경유하거나 사람에게 직접 전파된다. 조류를 없애지 않는 이상 인간은 인플루엔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B형은 사람 간에 전파된다.”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의 차이점은.

“국가별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종류가 다르다.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3N2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H1N1이 유행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H1N1과 H3N2의 비율이 6대 4 정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H3N2형>B형>H1N1형 순이다. 미국이 인플루엔자로 시끄러운 것은 예년보다 이른 지난해 12월에 유행하면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인플루엔자가 한풀 꺾일 시점이다. 우리는 미국보다 왕래가 활발한 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의 인플루엔자 영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보다 빨리 유행이 시작돼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도 H3N2형이다. 우리나라와 위도와 기후환경이 비슷한 양쯔강 북부지역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는 시기가 있다는데.

“인플루엔자는 전파속도에 따라 계절 인플루엔자와 대유행(pandemic) 인플루엔자로 나뉜다. 우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1년 내내 노출돼 있다. 특히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계절 인플루엔자는 우리나라처럼 온대지방에 있는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겨울에 유행한다. 아열대나 열대지방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다. 대유행 인플루엔자는 세계 인구 대부분이 면역력이 없거나 백신이 없는 새로운(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이다.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모두 A형이다. 수십 년 주기로 한 번씩 유행한다. 창궐한 국가를 기준으로 1918년 스페인, 57년 아시아, 68년 홍콩, 2009년 미국과 멕시코다. 스페인 대유행 땐 재앙 수준인 약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이때 유행한 바이러스는 H1N1형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이어 백신이 개발되고, 예방이 가능한 계절 인플루엔자로 편입된다. 대유행 인플루엔자는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형 돌연변이)가 그랬다. 국내에서 4~6월 유행했다. 유럽은 7월에 환자가 늘었다.”



-인플루엔자 고위험군과 심각성은.

“고위험군은 1~9세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암환자, 만성질환(심장·폐·신장·간 등)이 있는 사람이다. 폐렴 같은 합병증을 부르고 기존 병을 악화시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인플루엔자 관련 사망의 90% 이상이 노인에게서 나타난다. 기존 만성질환이 악화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심장혈관이 좁아진 협심증을 가진 사람이 피떡(혈전)으로 막히는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한다. 뇌혈관 질환이 있으면 뇌졸중이 나타나고, 콩팥 질환이 있으면 쇼크가 발생해 위험하다. 뇌염, 심장근육염, 패혈증 쇼크도 부른다.”



-인플루엔자 예방 및 치료법과 주의점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는 12~1월, 3~4월 두 번 유행한다. 아직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으면 지금 접종받는 게 바람직하다. 백신 접종 후 항체는 약 2주 후에 생긴다. 고위험군이 아니어도 고위험군과 함께 거주하면 접종하는 게 좋다. 이외에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에티켓을 지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에 퍼져 1~2m 이내에 있는 사람의 호흡기로 감염된다. 기침을 할 땐 수건이나 티슈로 가린다.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시작된 지 48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증상이 개선된다. 주의할 점 중 하나는 인플루엔자에 걸린 아이에게 아스피린을 함부로 먹이면 안 된다.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간과 콩팥이 손상돼 사망할 수도 있는 ‘라이 증후군’ 위험이 있다.”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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