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자 가리는 '친부 소송'... '북한 삼촌' 탓에 미국 못 갈 뻔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0:06
뽀로로의 진짜 아빠는 누굴까. 오콘의 김일호 대표와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는 그동안 모두 ‘뽀로로 아빠’라고 소개돼 왔다.


우여곡절 많은 뽀로로

그러다 오콘이 2011년 10월 아이코닉스를 상대로 ‘뽀로로 저작자 확인소송’을 내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오콘은 “아이코닉스가 오콘을 뺀 채 자신이 창작자인 양 활동하고 있다”며 “실제 창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이코닉스는 “오콘을 창작자에서 배제하는 취지로 얘기한 적은 없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늘 공동 제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른바 ‘뽀로로 친부(親父)’ 소송은 저작인격권 관련 소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권리다. 이 소송에서 이긴 측이 창작자로 인정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최 대표가 2006~2008년 3년 연속 대한민국 캐릭터 대통령상을 단독으로 받고 ‘무릎팍 도사’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뽀로로 창작자로 소개한 게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나를 뽀로로 아빠로 알고 있는 큰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너는 김씨인데 왜 아빠는 최씨냐’는 얘기를 들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오콘은 제작을, 아이코닉스는 배급과 마케팅을 각각 맡았다. 오콘은 비행모에 고글을 쓴 뽀로로의 모습을 그려 냈다. TV 시리즈 시즌1의 1~5화 시나리오는 오콘이, 나머지는 아이코닉스가 썼다. 이후 시나리오 작업은 아이코닉스가 전담했다. 시즌4부터 TV 시리즈는 아이코닉스가, 극장판은 오콘이 하기로 역할을 나눴다.



그러나 누가 기획했느냐에 대해선 양측 주장이 갈린다. 오콘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아이코닉스와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뽀로로를 창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코닉스는 주인공이 펭귄인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그 이름을 뽀로로로 짓자는 기획을 전적으로 자신들이 했다고 반박한다.



분쟁은 진행 중이지만 이들이 계속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저작재산권(저작물에 대한 재산적 권리)으로 보자면 뽀로로의 아빠는 넷이다. EBS와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뽀로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뽀로로를 통해 얻는 수익은 4개사가 나눠 가진다.



뽀로로의 삼촌도 있다.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삼천리총회사다. 시즌1 중 10편, 시즌2에서 5편의 제작에 참여했다. 당시 하나로통신이 대북 지원사업 차원에서 북한에 일부 외주를 주자고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초창기 주인공들이 걸어가는 장면이 인민군 행진 스타일(거위걸음)처럼 그려져 우리 측 요구로 일부 수정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북한 삼촌’ 때문에 뽀로로는 미국비자를 영영 못 받을 뻔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미국 정부는 북한의 부품·서비스·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수입을 막는 ‘대통령 행정명령 13570 시행령’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의소리(VOA)는 이 시행령에 따라 뽀로로가 대미수출 통제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뽀로로처럼 대중에게 널리 보급된 영상물은 예외”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헙정(FTA) 끝장토론회에서 야당 측이 “뽀로로처럼 개성공단 생산제품도 미국 수입이 막힐 수 있다. 한·미 FTA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운이 이어졌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