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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장기집권 뽀통령, 3D 입고 중국 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0:0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극장판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시사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정태성 CJ E&M 영화부문 대표, 박 당선인, 김일호 오콘 대표, 뽀로로 인형, 박영균 극장판 뽀로로 감독. [뉴시스]



올해 열 살 된 국민 캐릭터, 뽀로로

16일 서울 행당동의 한 극장에서 3D 애니메이션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했다. 그가 남녀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과 뽀로로 인형을 받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여자 어린이가 꽃다발을 전달한 뒤 박 당선인과 악수도 하지 않고 바로 뽀로로 인형 옆으로 갔다. 여기저기서 “역시 애들에겐 대통령(박 당선인)보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박 당선인은 뽀로로 인형을 만지며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아요”라고 물었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든 오콘의 김일호(45) 대표는 “생긴 게 친근해서요”라고 답했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가 올해 열 살이 됐다. 2003년 EBS에서 처음 방영된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4개의 TV 시리즈가 전파를 탔고 전 세계 120여 국가에 수출됐다. 연간 상품 로열티 150억원, 누적 매출 1조원, 브랜드가치 8000억원에 이르는 ‘국민 캐릭터’다. 베스트셀러 작가 혜민 스님은 지난해 “가끔씩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걸 좋아한다”며 트위터에 뽀로로 분장 사진을 올렸다. 이런 식의 뽀로로 관련 가십이 인터넷에 뜨면 단박에 수만 클릭으로 이어진다. 2011년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뽀로로 우표는 김연아 우표보다 더 빨리 매진됐다. ‘김연아의 굴욕’ 사건 전말이다.



뽀로로는 ‘날고 싶지만 날 수 없는 펭귄’이라는 컨셉트가 정해진 뒤(위에서 셋째 줄 빨간 원 내) 현재와 비슷한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콘 제공]




혜민 스님, 트위터에 뽀로로 분장 사진

뽀로로의 잉태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콘의 김일호 대표와 아이코닉스의 최종일(48) 대표가 애니메이션을 함께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LG전자 디자인연구소를 나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금강기획 출신 최 대표는 회사 사정으로 소속 부서인 애니메이션팀이 정리되자 독립했다. 당시 오콘과 아이코닉스의 스태프는 대부분 2~7세 아동의 부모였다.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어린이가 좋아하는 동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곰(푸), 토끼(벅스 버니), 고양이(헬로 키티), 쥐(미키마우스), 강아지(스누피) 등 어지간한 동물들은 쟁쟁한 강자들이 선점했다. 그나마 펭귄 정도가 남았을까. 펭귄도 영국에서 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 ‘핑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더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 이름을 짓는 것부터 어려웠다. 김 대표는 “어렵게 이름을 만든 뒤 검색해보면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뽀로로의 태명은 ‘뽀로뽀로’. 특별한 뜻은 없다. 어감이 밝고 산뜻한 양성모음 ‘오’가 연달아 사용됐다. 또 유아가 처음 따라하는 단어 중 하나인 ‘아빠’에서 자음 ‘ㅃ’을 따왔다. 결국 네 글자보단 세 글자가 더 말하기 쉽다고 해서 ‘뽀로로’가 됐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당시 서울 논현동 스튜디오에서 1000장이 넘는 펭귄 캐릭터를 스케치했다. 그 가운데 ‘날고 싶지만 날 수 없는 펭귄’이라는 컨셉트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처럼 비행모와 고글을 쓴 뽀로로의 기본 외모가 확정됐다. 김 대표는 “뽀로로는 수퍼 히어로처럼 닮고 싶은 주인공이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2~5세 유아의 집중력이 7분을 넘기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분량은 편당 5분으로 줄였다. 시나리오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로 꾸며졌다. 전체적인 템포를 정상 속도보다 10% 정도 느리게 만들었다. 뽀로로와 주인공들은 쉬운 대사로 말하고, 상대방이 말하면 잠깐 기다려 준다. 뽀로로는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이등신이다. 유아를 고려한 요소들이다.

뽀로로의 배경은 북극의 ‘뽀롱마을’이다. 푹신푹신하게 쌓인 눈이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북극이란다. 또 하얀 배경이 주인공들의 색감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포비(북극곰)를 제외한 주인공들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북극에서 남극의 펭귄(뽀로로ㆍ패티), 사막여우(에디), 열대의 벌새(해리) 등을 볼 순 없다. 공룡(크롱), 용(통통이), 외계인(뽀뽀ㆍ삐삐) 등 상상 속 존재는 말할 것도 없다. 만화적 상상이니 심각하게 따지진 말자.

공룡 크롱은 말을 잘 못한다. 만화에서 주로 “크롱”이란 소리로 의사를 표시한다. 같이 사는 손위 뽀로로와 늘 티격태격하지만 나중엔 화해한다. 크롱은 유아들에게 때로는 스트레스로, 때로는 놀이친구가 되는 동생을 상징한다.

4개의 TV 시리즈 에피소드, 2편의 극장판이 나오면서 주인공들은 조금씩 바뀌었다. 통통이, 뽀뽀·삐삐, 로디 등 카메오로 나왔던 캐릭터는 아예 고정이 됐다. TV 시리즈 에피소드 2부터 포비는 바지를 입었고, 3부터 모두에게 바지나 치마가 입혀졌다. 아이들이 뽀로로를 따라 옷을 안 입고 돌아다닌다는 부모들의 불평이 있었다거나 여성가족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카더라 통신’도 들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실이 아니다. 조금씩 변화를 주기 위해 옷도 입히고 주인공 수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크롱은 성가신 놀이친구인 동생 상징

뽀로로의 새로운 승부수는 극장판이다. 2004년 ‘뽀로로의 대모험’에 이어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이 곧 개봉된다. 중국과 합작해 3년간 준비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중국 정부 산하 엔터테인먼트 전문 투자기업 ACG로부터 2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외국 기업과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에 투자해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신작은 차이나 필름을 통해 중국 내 60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드림웍스의 ‘쿵푸 팬더2’가 4000여 개 스크린에서 선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극장판은 TV판과 달리 이야기가 좀 복잡하다”며 “유아는 물론 초등학생, 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용’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뽀로로는 미국의 미키마우스(85세), 일본의 헬로 키티(39세)에 비하면 아직도 어리지만 장수 캐릭터가 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2003년 뽀로로를 처음 본 아이들은 이제 중·고등학생이 됐다. 김 대표는 “뽀로로 세대가 부모가 되고 그 자식들도 뽀로로를 계속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팀 박병호 팀장은 “사실 애니메이션 시장은 북미나 일본 작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었는데 뽀로로는 프리스쿨, 영·유아 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시장을 뚫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캐릭터 이미지를 꾸준히 관리하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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