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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멘붕" 고대女, 민주당 의원 父에 쓴소리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0:01


대선에 패배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민주통합당은 충격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에야 대선평가위원회를 본격 가동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 전병헌(55) 의원이 부위원장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말 ‘대선 성찰의 기록’을 통해 “민주당이 무능과 독선에 빠졌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런 전 의원의 가장 가까운 비판자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딸 지원(27·고려대 로스쿨 2학년)씨다.

민주통합당의 위기 전병헌 의원 父女의 ‘5020 토크’



둘은 고려대 동문이다. 전 의원이 정치외교학과 77학번, 지원씨는 경제학과 06학번이다. 유달리 세대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이번 대선 결과와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50대 전 의원과 20대 지원씨가 15일 중앙SUNDAY 회의실에서 대담을 했다. 지원씨에게 지금 민주당의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자 “100점 만점에 45점”이란 답이 돌아왔다. 



전지원=민주당은 20대를 두 번 실망시켰다. 첫째는 대선 실패, 둘째는 대선 뒤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당이 ‘멘붕’에 빠진 모습이 불안하고 실망스럽다. 선거에서 졌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은 정당으로서 속 시원하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데만 3주 넘게 걸렸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박근혜 당선인 측이 인수위를 꾸리는 과정에 대해 요구할 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민주당과 정책을 같이 짜보자고 하든가 인사 검증을 요구할 수 있을 텐데도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그런 민주당을 보며 든 감정은 답답함이다. 똘똘 뭉쳐도 모자랄 마당인데 자꾸 분열한다. 인터넷에서도 민주당이 답답하다는 말이 가장 많다.



전병헌 의원=민주당은 지금 대수술이 필요하다. 봉합에만 급급하면 앞으로 아예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당내 파벌구조가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건 무능과 독선 탓이다. 여기서 빠져나오기 위한 첫걸음은 정당 이성의 회복이다. 계파에 매몰돼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선 국민을 이해할 수도 없고, 고통과 불안을 해소할 수도 없다. 자괴감을 느낀다. 매서우리만큼 가혹한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



지원=민주당이 정책을 잘못 세웠다고 보진 않는다. 문재인 후보도 인간적인 면이나 걸어온 길로 볼 때 매력 있는 후보였다. 다만 선거 전략에서는 무능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는데 속사정을 모르는 유권자들에겐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이 독선적으로 보인 것 같다. 선거 전략 채택 과정에서도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점이 50대가 등을 돌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

20대에게 민주당은 최선 아닌 次惡



전 의원=50대는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50대가 변절했다고 탓하기 전에 민주당의 무능을 탓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0대를 위한 변명’이라는 글도 썼다.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분위기와 20대 투표율 제고 등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느라 50대를 간과했다.



지원=앞으로 50대를 어떻게 껴안을 것인지에 대해 민주당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똑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것 같다. 민주당은 20대와 30대의 지지를 지켜나가면서 50대 이상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50대 위원회’를 만들긴 했는데 이름만 걸어놓은 건 아닐까 싶다.



전 의원=뼈가 울리는 지적이다. 나로서도 50대 위원회는 1차원적 해결이 아닌가 싶었다. 아픈 부위에 반창고만 붙인 느낌이랄까. 가장 중요한 건 50대가 안은 고민과 불안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위원회만 만들 게 아니라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50대 문제를 다시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진국 같은 새로운 정책으로 50대에게 사과와 위로를 건네야 한다.



 

20대에게 민주당은 최선 아닌 次惡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왼쪽)의 넥타이 매무새를 고쳐주는 딸 지원씨.
전 의원=20대는 진보성과 정치적 야성으로 표현되는데 30대보다 20대가 보수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는 건 우리로선 아픈 부분이다. 20대 투표율이 17대 대선의 46.6%에서 18대에선 65.2%로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세대별로는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아쉽다(※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투표율은 20대 65.2%, 30대 72.5%, 40대 78.7%, 50대 89.9%, 60대 이상 78.8%로 나타났다. 30대의 33.1%, 20대의 33.7%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지원=20대는 지금 정신이 없다. 직장이 안 잡히고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싫다. 청년들의 아픔 자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서다. 문제는 20대의 타성이나 이기심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너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라고 말할 수 없다. 친구들이 얼마나 바쁘고 마음고생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바쁘겠지만 우린 직장이 있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바쁘다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살 길이 막막한데 어떻게 다른 데 시간을 할애하고, 관심을 갖겠나. 굉장히 마음 아픈 부분이다.



전 의원=민주당이 20대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민주당의 책임이다. 20대들이 “민주당이 대안이다” “민주당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당이다”는 생각으로 민주당에 표를 준 게 아니라고 본다.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을 뿐이다.



지원=민주당은 20대와 소통하려는 노력도 안 보였다. 새누리당에서 손수조·이준석씨를 영입한 건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없진 않다. 그럼에도 20대가 직접 뛰어들어 일을 한다는 이미지는 줄 수 있었다. 물론 20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20대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건 인위적이고 촌스러운 발상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20대에게 소통의 채널을 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그런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차라리 보여주기 전략이라도 구사하는 게 어땠을까 한다.



전 의원=민주당도 지난해 4·11 총선에서 청년비례대표 두 명을 ‘슈퍼스타K’식 경쟁을 통해 선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에게 의원 배지 몇 개를 배정해 주는 식의 1차원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네트워킹과 소통을 통해 청년들의 아픔을 파악하고 해답을 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전 의원=민주당이 대선에서 1470만 표를 얻었으니 만만치 않은 성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소극적 지지자를 포함한 숫자다. 차악에 안주하고 만족하는 자세로는 민주당이 20대는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기대를 받는 정당으로 변신하기 어렵다.

 



아프니까 청춘? 가장 듣기 싫은 말



전 의원=네가 새누리당의 선거공보물이 민주당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고 지적했지? 충격적이었다. 민주당 공보물은 성의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지.



지원=맞다. 민주당의 선거공보물도 카피나 사진, 디자인은 좋았지만 그건 핵심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의 선거공보물은 정책 위주였던 반면, 민주당 공보물은 이미지 중심으로 감성에만 호소해 실망스러웠다. 요즘 유권자들은 이미지에만 휩쓸리지 않는다. 민주당이 너무 옛날 생각만 한 건 아닌가 싶었다.



전 의원=우린 선거에서 감성과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잘못 짚고 있구나 싶다. 대선 직전에 진보개혁 진영은 다 결집된 상태였고,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을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 부분에 당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같은 합리적 보수 인사를 영입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내가 문재인 후보에게 ‘왜 안 쓰느냐’고 직접 문제제기를 했을 정도였다. 그 뒤로 윤 전 장관이 TV유세에 나왔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결국 우리들끼리만 결집해 우리만의 리그를 벌인 것 자체가 독선이다. 객관적으로 이길 수 있는 선거인데도 지고 말았던 건 우리의 무능이다. 1470만 표를 받았다는 걸 방패 삼아 무능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또 다른 독선이다.



지원=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에 반감을 갖고 박 후보로 돌아선 지지자들을 여럿 봤다. 민주당이 중간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전 의원=문 후보가 당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정책을 검증하는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랬다면 같은 야당이지만 확실히 차별화되고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에게 설득력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지원=통합진보당에 대한 반감이 새누리당 지지로 연결된 면이 없지 않다. 지금 20대는 북한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는 친구가 많고 안보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당 자체의 안보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민주당이 통진당에 끌려다녔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친북’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면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이 통한 결과라고 본다.



전 의원=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시종일관 직접 공약과 정책을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정책보다는 투표율 제고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메시지에만 너무 주력했다. 국민에게 선택받을 이유를 제시하는 데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원=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기는 했지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자만심이 아닌 책임감을 갖고 서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제1야당으로서 여당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지, 정당한 견제인지는 국민이 가장 잘 알 거다. 공약 실천을 위한 야당의 감시도 중요하다.



전 의원=협력과 견제의 옥석을 구분하는 분명한 자세가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 열망에 답하는 것이라고 본다. 당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리의 뜻을 관철하는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지명되자 민주당은 낙마부터 주장했다. 이렇게 선결적이고 연역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조사와 검증을 거쳐 누적된 사례를 들어가며 귀납적으로 접근해야 국민이 야당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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