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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캣 이라고?" 예상 깬 헬기에 軍 당혹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0:00
지난 1월 15일, 제64차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회의 결과는 군과 방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5890억원 규모로 8대를 구입하는 차기 해상작전 헬기의 기종으로 뜻밖에 와일드캣(AW-159·사진)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군의 작전 요구에 따라 고성능 무기를 주로 구입해 온 추세를 깬 것이다.


인수위와 교감 통해 헬기 가격 거품 뺐나
군·업계 예상 깬 ‘와일드 캣’헬기 선정

그보다 사흘 앞선 1월 12일, “와일드캣이 우세해졌다”는 소문에 대해 이 헬기 제조사인 아우구스트-웨스트랜드사 관계자는 어리둥절해했다. 경쟁 기종인 미국 시코르스키사의 MH-60R(시호크)이 여전히 부동의 1위라는 게 전반적 관측이어서 이 회사 측은 거의 포기상태였기 때문이다. AW-159는 4800억원을 써냈지만 시호크도 1조원이 넘는 가격을 6400억원으로 대폭 낮춰 경쟁력을 높였다는 얘기가 돌았다.





방위사업청(방사청)에 정통한 A씨는 “지난해 12월 평가에서 와일드캣은 가격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작전 성능에선 시호크가 월등히 우세했고 실무진과 고위급에선 시호크 선호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러나 13일 인수위 보고 뒤 와일드캣으로 입장 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자들 사이엔 ‘인수위 의견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14일 청와대 보고 뒤 와일드캣 선정 가능성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시코르스키사와 주한 미군 관계자들이 다음 날 열릴 방추위를 겨냥, 위원들을 상대로 설명하려 하는 등 반전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B씨도 “실무자들은 시호크를 지지했지만 방사청장과 그 윗선에서 뒤집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의 백윤형 대변인은 “인수위에 이와 관련된 보고를 하지 않았고 할 대상도 아니다”며 “지난 해 12월 26~28일 수개월 전 만들어진 성능, 가격, 운용적합성, 계약 및 기타 조건 등에 대한 400여 개 항목을 4개 분과위가 평가했고 그에 따라 결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점은 가격·성능 각각 30%, 운용적합성 20% 선, 기타가 10%선으로 배정되며 여기서 AW-159는 비용·운용적합성·계약 및 기타조건에서, 시호크는 성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15일 방사청 업무 보고 뒤 무기 도입과 관련, “방사청은 새 정부 출범 즉시 조치가 필요한 현안으로 차기 전투기 사업 등 항공 전력 구매사업 등을 보고했다”고만 공개했다.



와일드캣 선정 배경에 대해 A씨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으며 이는 신정부의 복지공약 등 예산 압박과 관계된 것”이라며 “평가 결과 모두 작전요구성능(ROC)이 충족돼 결국 최종 변수는 가격과 판매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방사청의 백윤형 대변인은 “이번 결정의 기조는 후보 기종들이 ROC를 충족한 상태에서 가격 차이가 크면 가격 변수를 크게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성능 면에서는 시호크가 와일드캣을 훨씬 앞선다는 게 해군 및 무기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해군 관계자는 “향후 30년간 운용할 미래 무기로서 소형인 와일드캣은 어렵고 대형인 시호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FX-3차) 사업 등 미국 회사가 적극적인 대형 사업에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뜻도 있다”며 “ROC가 충족되면 향후 굳이 고가의 미국 무기를 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기에 끼어있는 거품을 뺀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대장 출신의 백군기 민주당 의원은 “ROC를 충족한다면 경제성과 같은 요소를 고려했을 필요는 있다”며 “무기체계의 다양화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조를 차기 박근혜 정부가 이어받으면 무기 구입의 기조가 ‘성능 중심’에서 가격을 고려한 적정 성능’으로 바뀔 수 있으며 거의 모든 대형 무기 사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임기 5년간 매년 평균 27조원 규모의 복지예산 증액을 구상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예산 감축 압박이 예상되며 국방비는 그 점에서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 국방예산은 예산 감축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았다. 특히 무기 구입 예산이 대상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감축이 요구되는 31개 사업 1조2480억 달러 가운데 57%인 7220억 달러가 무기 구입 분야인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러나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한 예비역 장성은 “ROC를 충족하며 경제성 있는 무기를 구입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이를 반복하면 값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구입하는 추세로 이어지게 된다”며 “차기 전투기 3개 후보 기종도 모두 ROC를 충족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가장 중요한 성능인 스텔스 기능엔 가중치를 낮게 주고 있다. 그런데 ‘ROC가 충족됐으니 가격이 낮은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가 도입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차기 정부가 집행할 무기사업 예산은 70조원 이상 규모다. 2012년 4월 이명박 정부가 64조원 규모의 2013~2017년 방위력 개선사업을 발표했으며, 여기에 2012년 9월 현무미사일 2차 성능 개량사업 등 6개 사업예산 4조3000억원이 추가됐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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