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종원징의 관점이 틀렸다

중앙일보 2013.01.16 00:09 종합 27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박정환 9단 ●·종원징 6단





제4보(38~53)=바둑판 위엔 시시각각 서로 다른 관점이 등장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걸 보면 좌하에선 흑을 쥔 종원징 6단의 관점이 틀렸다는 게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흑▲가 좋은 수여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큰 틀에선 실패한 거지요.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서로 많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우리 삶에도 관점의 차이는 많지만 바둑과 달리 누가 옳은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바람에 내가 옳다 서로 공격하며 때로는 증오를 부추기는 단계까지 가곤 하는 걸 봅니다.



 바둑은 주장이 필요 없고 미움을 품고 대국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미움 자체가 수를 찾는 데 방해만 되기 때문이지요. 지금 이 장면도 “흑이 좋다”는 주장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수라면 충분히 속여먹을 수도 있지만 그 주장은 복기를 해보면 정체가 금방 드러나고 말지요. 그러나 인생이 어디 그렇습니까.



 물론 바둑도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박정환 9단이 둔 42인데 이 수보다는 ‘참고도1’ 백1로 막는 수가 참 커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42도 맛 좋은 자리이고 무엇보다 포도송이 같은 흑 6점을 바보로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비등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군요.



 44 때 45는 좌하에서의 실패를 의식한 강수입니다. 보통은 ‘참고도2’처럼 두는데 한발 더 나간 거지요. 46 때 47부터의 적극적인 수단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패가 자극이 된 겁니다. 위험을 겁내지 않고 시원하게 몸을 던지고 있습니다.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