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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김연아, 떠나는 박태환

중앙일보 2013.01.16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연아
‘피겨 퀸’ 김연아(23·고려대)와 ‘마린 보이’ 박태환(24·단국대)이 나란히 2014년을 바라보고 있다. 김연아는 한국에서, 박태환은 호주에서 담금질을 시작했다.


피겨는 국내 훈련 환경 좋아져
수영은 인프라 부족, 자비 호주행

 김연아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선수 생활의 끝으로 보고 있다. 은퇴 시기를 정하지 않은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춰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준비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김연아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신혜숙·류종현 코치와 함께 훈련 중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주로 캐나다에서 훈련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김연아 측은 “1년8개월 만에 복귀했으니 안정감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또 링크장 대관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훈련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박태환이 인천공항에서 조카 김태희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연아와 달리 박태환은 국내 훈련 환경이 좋지 않아 해외로 나갔다. [김진경 기자]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스폰서를 잡지 못한 박태환은 자비를 들여 전담팀을 꾸렸고 호주 전지훈련을 선택했다. 지난해까지 SK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젠 6주 훈련을 위해 수천만원을 써야 한다.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난 박태환은 “전지훈련 기간이 짧기 때문에 페이스를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밝게 얘기하다 후원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는 “조만간 (후원사가) 나타날 것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는 “이젠 태환이가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에 실망했다. 태환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자비로 훈련을 떠나야 할 만큼 한국 수영의 훈련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최고 스타인 박태환도 전용 레인을 구하지 못해 서울체고와 한국체대를 돌아가며 ‘메뚜기 훈련’을 해야 했다.



 박태환의 스승인 마이크 볼 코치는 지난해 4월 울산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한국의 수영 인프라를 목격하고는 크게 실망했다. 당시 초·중·고 학생들이 같은 풀에서 몸을 풀었다. 레인도 국제규격과 달랐다.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호주로 넘어와 훈련할 것을 제안했다. 박인호씨는 “진천 국가대표 훈련장 시설과 체육과학연구원 등 시스템은 좋다. 그러나 태환이를 전담해줄 여건은 안 된다”고 호주로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종목의 특수성도 고려된 선택이다. 김연아는 “피겨를 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보고 자란 ‘김연아 키즈’가 김연아를 다시 빙판에 서게 했다는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종목인 만큼 상대 선수와의 경쟁보다는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기록 경기인 수영은 혼자 하기 어렵다. 박태환을 따라올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를 위협할 선수가 없다. 박인호씨는 “기록이 10초 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들과 훈련하면 동기부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호주에 있는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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