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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이 박근혜를 좋아하는 네 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3.01.16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중국은 현실적이다. 한국에 어느 대통령이 들어서건 환영한다. 그가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평가도 후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단순한 예의 차원이 아니다.



 중국이 박 당선인을 좋아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크게 네 가지다. 우리도 이를 잘 분석해 자신, 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 맞춰 각색한 뒤 중국과 거래할 때 응용하면 적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내력(來歷)이다. 박 당선인은 중국에서 ‘황제의 딸’로 비쳐진다. 중국은 봉건왕조를 타파한 사회주의 국가다. 그러나 중국인의 의식이 아직도 황제 시대의 전통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편한 저녁 자리에서 중국인과 이야기하다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의 큰아들 마오안잉(毛岸英)이 한국전쟁에서 전사만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마오 주석의 자리를 계승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중화권 언론도 그렇다. 1998년 주룽지(朱鎔基)가 총리에 오르자 홍콩 언론들은 주룽지의 집안 내력부터 따져 그가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후손일 것이란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도 마찬가지다. 그의 앞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그가 부총리까지 지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중국인은 왜 내력을 따질까. 훌륭한 이는 태생부터 뭔가 다르다는 점을 듣고 싶어 한다. 지도자의 천부적 자질에 기대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있다. 보통사람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점을 응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과 만날 때 나는 왜 남다르며, 우리 회사는 왜 다른 회사보다 뛰어나고, 우리나라는 왜 특별한가 등의 논리를 잘 다듬어야 한다.



 두 번째는 중국어다. 박 당선인이 중국어를 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그의 중국어 실력은 ‘중국어를 못하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통’이라는 구상찬 전 의원의 경험담이 설명 해 준다.



 하루는 중국 출장을 갔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박근혜, 구상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대외연락부 부장 등 세 사람만이 남게 됐다. 이때 구 전 의원과 왕 부장 간의 말을 통역해 준 게 박 당선인이었다고 한다.



 언어는 문화다.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건 중국과 중국문화에 존중을 표시한다는 것과 진배없다. 설령 떠듬거리는 중국어라 할지라도 중국인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세 번째는 겸손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래 100여 년 동안 서구 열강의 침탈에 시달려 왔고, 지금도 서방이 중국의 부상에 딴죽을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피해의식이 강하다.



 상대가 중국을 깔본다고 느낄 때 중국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몐쯔(面子·체면)’를 목숨처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박 당선인은 이제까지 중국인들과의 만남에서 몸에 밴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중국인 체면만 잘 살려주면 짭짤한 이득을 보는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에 체류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여러 번 교통위반을 하고도 단 한 차례도 벌금을 물지 않았다.



 비결은 겸손에 있다. 그는 단속에 걸리면 양복 옷깃을 여미고 차에서 내려 두 손으로 공손하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한다. 물론 중국어는 떠듬거려야 한다. 외국인임을 알려야 하기에.



 그러면 구경하던 중국인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아, 저 외국인은 사람이 됐어.” 사람이 일단 됐다는데 규칙 위반이 무슨 대수인가. 공손한 태도에 어깨가 으쓱해진 교통경찰은 훈방을 한다. “다음부터 조심하라”가 최대의 과태료다.



 네 번째는 좋은 인상이다. 중국에 ‘선한 자는 오지 않고 오는 자는 선하지 않다(善者不來 來者不善)’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를 풀어줄 수 있는 건 호감을 주는 좋은 인상이다.



 중국인들은 박 당선인이 우아하며, 특히 기품이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좋은 인상과 관련해선 지난해 초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얽힌 이야기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보시라이가 다롄(大連) 시장으로 있을 때 한·중 간에 한 무역 관련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선 국회의원이 와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보시라이가 보인 최대 관심은 한국의 의원들은 어떻게 머리 관리를 하느냐는 점이었다.



 중국의 많은 여성이 한류(韓流) 드라마를 본다.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우리 여배우들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등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다. 중국인과 만날 때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외모를 단정히 할 필요가 있다.



 내력을 잘 다듬고 중국어도 다소 구사하며, 겸손한 태도로 좋은 인상을 준다면 당신의 중국 거래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얼까. 실리(實利)를 둘러싼 줄다리기다.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실리 주고받기는 필수다. 대중 외교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은 이미 절반은 중국의 마음을 사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중 외교 성패는 중국과의 실리 주고받기 게임에서 중국의 수를 얼마나 잘 읽고, 이에 맞춰 한·중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손익계산표를 짜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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