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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聖ㆍ俗 어우러진 매혹의 겨울 왕국, 모스크바 가이드

중앙일보 2013.01.15 15:52 4면
눈 덮인 전나무 뒤로 솟아 있는 크렘린궁의 보로비츠카야 망루(앞·1490년)와 보도브즈보드나야 망루(1488년). 이 망루들 앞쪽에 무명용사를 위한 ‘영원의 불’이 타오르는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이 있다. [사진 리아 노보스티]

17세기 정취 은은한 성당 건너편엔 새하얀 전나무 숲
얼음 깨고 수영 즐기는 ‘모르쥐’
은빛 숲에선 크로스컨트리 행렬
야외 얼음축제는 4개월간 계속
모스크바는 ‘겨울 여행 종결자’



매서운 추위 때문에 러시아는 겨울여행이 어렵다고들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따스하게 입고 카페·극장·박물관 등을 잘 활용하면 모스크바 겨울의 특별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스키를 타며 다양한 얼음 조형물을 둘러보거나 차가운 강물에 한번 뛰어들어보라. 빙점의 얼음물에 눈이 번쩍 뜨인다.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모스크바를 돌아보자.



나이 지긋한 한국인이라면 떠올릴 법한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 길도 없는 넓은 흰 눈 벌판을 일직선으로 기차가 달려오며 눈보라를 일으킨다. 무한 자연의 이미지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스크바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모스크바 세레브랴니 볼(은색의 숲)에서 얼음 수영을 하는 ‘모르쥐(바다코끼리)’들.
황금빛 돔, 눈 덮인 푸른 침엽수, 웅장한 조형물과 통나무집은 아름다운 겨울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모스크바 강변에 서면 저만치 크렘린의 눈 덮인 정원을 배경으로 이반 대제의 종루가 보이고, 그 주변으로 우스펜스키, 보즈네센스키, 아르한겔스키 성당이 빙 둘러 서 있다. 성스러움을 간직한 채 도시 한복판에 솟아 있는 이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은 러시아의 겨울 풍경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바로 옆 붉은광장의 아이스링크, 화려하게 장식한 굼 백화점, 야외 크리스마스 트리가 동화 같은 마법의 나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도시 남쪽, 툴스카야 지하철역 근처에는 다닐롭스크 수도원이 있다. 웅장한 입구를 통과하면 다양한 모습의 교회 건물이 그림처럼 등장한다. 17세기의 정취를 간직한 주교 성당의 은은한 촛불이 오래된 성상과 프레스코화를 비추고, 맞은편 전나무들 사이로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삼위일체 성당이 위용을 자랑한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총대주교의 공식 관저이기도 한 이 수도원은 장화와 털모자를 착용한 카자크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다. 분위기를 바꿔 동남쪽 쿠즈민키 공원으로 가도 된다. 러시아식 산타 마을인 ‘제드 마로스’에는 오두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눈 내리는 날, 특히 해가 진 뒤 방문하면 분위기가 유별나다.



래디슨 로열 호텔은 모스크바 강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을 포함해 1년 내내 크루즈 관광이 가능한 쇄빙 유람선을 운항한다. 승객들은 유람선의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스탈린 시대 건축의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호텔 입구에서부터 고리키 공원에 이르는 모스크바 명소들을 관람할 수 있다.



보다 단단히 언 강을 달리고 싶다면 스노카이팅에 도전하면 된다. 시속 100㎞까지 낼 수 있다. 스트로기노 지하철역에 인접한 모스크바 강에서는 빙판 스노카이팅을 비롯한 각종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시내 여기저기엔 스케이트장도 있다. 시내 ‘파트리아르시에 프루디’, 링크 길이가 3㎞인 고리키 공원 등 모스크바는 스케이터들의 낙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겨울스포츠는 역시 아이스하키다. 모스크바에만 하키팀이 셋 있는데, 이 중 1946년 KGB의 후원으로 탄생한 디나모가 가장 유명하다. 두 팀은 로코모티브, CSKA다. 아이스하키가 유명 스포츠팀의 전유물은 아니다. 5년째 모스크바에 사는 영국 소년 가이 크랜필드(14)는 주니어 하키팀 선수다. 그는 “아이스 하키는 나의 최고 러시아 경험”이라고 말했다.



붉은 광장 앞 스케이팅장의 젊은이들.
그런 게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면 얼음물 속에선 ‘모르쥐(바다코끼리)’가 뛰논다. 얼음에 구멍을 뚫고 차가운 물로 뛰어드는 얼음수영은 인기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다. 이를 정기적으로 즐기는 사람을 모르쥐라고 하는데, 그들은 ‘최고의 건강비결’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정교회 축일인 1월 19일에는 모든 물이 성수가 되니, 이날 얼음을 깨고 물에 뛰어들면 몸은 물론 영혼까지 정화될 것이다.



폴레자옙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이동 가능한 세레브랴니 보르(은빛 소나무 숲)에 가면 모르쥐가 많다.



이곳도 겨울관광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나무 숲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온통 뒤덮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한겨울이면 얼어붙은 강을 스키나 도보로 건널 수 있는데, 섬 한쪽 끝에는 아늑한 카페와 야외 스케이트장 등이 있다. 또 시내 곳곳에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야외 얼음축제가 열린다. 우주여행, 세계의 명소, 동화 속 세계 등을 소재로 한 정교한 얼음 조각품이 전시되는데, 그중 대표적 명소는 러시아 종합전시장, 전승기념공원, 혁명기념공원 등이다. 모스크바는 겨울의 종결자다.



티모페이 발린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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