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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엔 동의…금융정보 공유, 가짜석유 놓고 의견 제각각

중앙선데이 2013.01.12 23:53 305호 6면 지면보기
알 카포네(1899~1947)는 미국에 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30년대에 시카고를 중심으로 지하경제를 주무른 인물이다. 갱단 두목이자 밤의 대통령이었다.

지하경제 때리기의 명암

1987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을 보면 알 카포네(로버트 드니로 분)는 밀주ㆍ도박으로 축재하고, 폭력ㆍ살인을 배후에서 조종하다 재무부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 분)에 의해 법정에 선다. 당시 알 카포네를 감옥에 보낸 인물은 국세청 수사관 프랭크 윌슨(1887~1970)이었다. 1931년 법정에 선 카포네의 혐의는 금주법 위반이나 살인ㆍ폭력이 아니라 탈세였다. 그는 11년형을 선고받고 7년 복역했다.
지하경제는 이처럼 탈세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탈세 처벌은 엄격한 편이다. 잡으려는 자도 치열하지만 피하려는 노력도 필사적이다. 돈과 명예가 걸렸기 때문이다. 탈세를 잡기 위한 비용과 희생도 만만치 않다. 영화에선 네스를 돕던 경찰관 짐 말론(숀 코너리 분)이 악당의 손에 숨졌고, 실제로 윌슨이 카포네를 잡는 데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숨은 지원까지 있었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상당했다. 김영삼 정부는 93년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했고 새 정부마다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발급을 장려했다. 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넓히기 위해서다. 탈세 단속도 꾸준하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듯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라는 취지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벌써부터 여러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지하경제 근절은 불가능하다’ ‘때려잡는 게 능사가 아니다
’ 같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단 한 푼의 세금 탈루도 용서치 않겠다는 정책은 생산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이야기도 나온다.
지하경제 세원 발굴 1호로 지목된 ‘가짜 석유’만 봐도 벌써부터 시끄럽다. 정부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가짜 석유를 근절하면 적어도 500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본다. 국회는 올해 가짜 석유 유통 단속을 위한 ‘석유품질관리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구축 예산 65억원을 반영했다.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의 석유제품 입ㆍ출하량을 매일 상세히 보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유소협회는 바로 반발했다. 가짜 석유 단속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만 늘리고 주유업자를 범죄자로 몬다는 거다. 시스템 설치를 강행하면 실력 행사에 나설 분위기다. 5000억원도 과대 포장된 것이라 주장한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가짜 석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는 전국 1% 수준이다. 그걸 잡기 위해 상시보고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건 나머지 99%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자동 시스템이라지만 결국은 사람이 필요해 부담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보다 쉽게 검은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일명 FIU법)’ 개정안도 논란이다. 법안 발의자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간 4조5000억~6조원을 더 걷을 수 있는데 야당이 협조를 안 해줘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장 출신인 민주통합당 이용섭 전 정책위 의장은 “FIU 자료 공유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순수한 과세 목적으로만 사용될지 의문이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표는 “국세청만큼 개인정보를 잘 보호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자는 것인데 무슨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냐”고 반박했다.

지하경제 세원 발굴과 집행의 어려움도 문제로 제기된다. 소득 노출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면세점 이하의 자영업자가 상당하다.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지는 않더라도 세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이들이 매입 자료는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매입 내역을 보고토록 하면 전국의 수많은 상인이 머리띠 두르고 시위 행렬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도 “사실 서울 남대문시장 같은 재래시장이 세금 제대로 내지 않는 지하경제의 사례 아니냐. 이들에게 세금 철저히 매기면 조세 저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금을 더 걷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하경제라는 게 아무리 노력해도 양성화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음성적으로 하는데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거다. 성매매가 대표적이다. 다 현금으로 한다. 파악할 수가 없다. 사채도 마찬가지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결국 봉급생활자만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다.”
지하경제의 긍정적 측면도 이야기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 기사 ‘그리스 지하경제, 축복인가 저주인가(Greece’s shadow economy, Blessing or Curse?)’엔 이런 내용이 있다. “지하경제는 어느 정도 공식경제를 보완한다. 이를 무리하게 근절하려다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지하경제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결국 과세 기반 확대”라며 “새 정부 목표는 금방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5~10년을 두고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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