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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간·콩팥 현실로… 공장엔 온통 로봇 일꾼

중앙선데이 2013.01.12 20:23 305호 2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오는 21일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독해야 할 보고서 목록 중에는 ‘2030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30)’가 들어있다. 이 보고서는 중앙정보국(CIA)ㆍ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냈다. 1979년 설립된 NIC는 미국의 중ㆍ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정보기구로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새 행정부의 장기 전략 수립을 위해 세계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인식의 ‘과학은 살아 있다’ ⑬ 2030년 세상 바꿀 4대 메가트렌드

지난해 12월 10일 발표된 ‘2030년 세계적 추세’는 “2030년이 되면 아시아가 북미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며, 특히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류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메가트렌드(megatrend)로 네 가지를 선정했다.
▶개인 권한 신장=전 지구적인 중산층 증가, 교육 기회 확대, 첨단기술 확산 등에 힘입어 개인의 권한이 급속도로 신장된다.
▶국가 권력 분산=국제정치 무대에서 권력이 분산되는 추세이므로 미국이든 중국이든 절대 패권 국가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인구 양상 변화=노령화 시대에 진입한 국가에서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되어 인구의 양상이 바뀐다.
▶식량ㆍ물ㆍ에너지 연계=지구촌 인구의 증가에 따라 식량ㆍ물ㆍ에너지의 수요가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 자원은 서로 수요와 공급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4대 메가트렌드가 지배하는 2030년의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향후 15~2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기술로 정보기술, 자동화 및 제조기술, 자원기술, 보건기술 등 네 가지를 선정했다.

1 3차원 프린터 2 괴물(왼쪽)의 3차원 모델을 컴퓨터에 입력(화면 속)한 뒤 이에 따라 3차원 프린터로 만들어 낸 복제품(오른쪽)[위키피디아]
“아시아, 북미·유럽 합친 것보다 막강해져”
먼저 정보기술의 경우 2030년 세계를 바꿀 3대 기술로 데이터 솔루션(data solution),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 기술, 스마트 도시(smart city) 기술을 꼽았다.
데이터 솔루션은 정부나 기업체에서 재래의 기술로 관리하기 어려운 대규모의 자료, 곧 빅 데이터(big data)를 효율적으로 수집ㆍ저장ㆍ분석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신속히 추출해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데이터 솔루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정부는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책을 수립하게 되고, 기업은 시장과 고객에 관한 대규모 정보를 융합하여 경영 활동에 결정적인 자료를 뽑아내게 된다. 그러나 데이터 솔루션 기술이 악용될 경우, 선진국에서는 개인 정보가 보호받기 어렵게 되고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킹 기술은 오늘날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인터넷 사용자의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정부와 기업체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소셜 네트워킹 기술로 인터넷 사용자 집단의 특성과 동태를 파악하면 가령 기업은 맞춤형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는 범죄 집단 또는 반대 세력을 색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킹 기술 역시 개인ㆍ기업ㆍ정부에 유용한 정보 교환 수단이긴 하지만 사용자의 사생활(프라이버시)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세계적 추세’영문 보고서 표지 이미지 [사진 이인식]
스마트 도시 기술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도시를 건설하여 정보기술로 행정ㆍ교통ㆍ통신ㆍ안전 등 도시의 제반 기능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 도시는 정보기술을 사용하여 시민의 경제적 생산성과 삶의 질을 극대화함과 아울러 자원 소비와 환경 오염을 극소화한다. 스마트 도시의 시민은 휴대전화로 도시의 첨단 시설에 접속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35조 달러가 스마트 도시 건설에 투입될 전망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가에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두 번째의 자동화 및 제조 기술은 2030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생산 방식과 노동 형태에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이 큰 분야로 로봇공학, 자율 운송수단, 첨가제조(additive manufacturing) 등 세 가지가 언급되었다.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20만 대를 웃도는 산업용 로봇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로봇이 가정ㆍ학교ㆍ병원에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전쟁터에서 작전에 투입되는 군사용 로봇도 적지 않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2030년까지 사람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로봇이 공장에서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생산 자동화가 완성될 것임에 틀림없다. 서비스 로봇도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거나 노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기능이 향상되어 향후 20년간 한국과 일본처럼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 운송수단은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는 탈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병기인 무인항공기나 무인 지상 차량이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자율 운송수단은 광업과 농업에서도 사람 대신 활용되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특히 스스로 굴러가는 자동차는 도시 지역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런 스마트 자동차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사회적 수용 태세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자동 운행 자동차에 기꺼이 운전하는 권한을 넘겨줄는지 두고 볼 일이다. 자율 운송수단이 테러 집단의 수중에 들어가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첨가제조는 3차원 인쇄(3D printing)라고도 불린다.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하여 인공 혈관이나 기계 부품처럼 작은 물체부터 의자나 심지어 무인 항공기 같은 큰 구조물까지 원하는 대로 바로바로 찍어내는 맞춤형 생산 방식이다. 1984년 미국에서 개발된 3D 인쇄는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3D 프린터가 미리 입력된 입체 설계도에 맞추어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 분말 따위의 재료를 뿜어내어 한 층 한 층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완성한다. 2030년까지 3D 프린터의 가격이 낮아지고 기술이 향상되면 대량생산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임에 틀림없다.

세 번째의 자원기술이란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물, 에너지의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요구되는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 식량과 물의 경우, 유전자 변형(GM) 농작물,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물 관리 기술의 발전이 기대된다. 한편 에너지의 경우, 생물기반 에너지와 태양 에너지 분야에서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식량, 물, 에너지의 수요가 폭발하는 중국, 인도, 러시아가 향후 15~20년 동안 새로운 자원기술 개발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은 유전자 이식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구촌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콩ㆍ옥수수ㆍ목화ㆍ감자ㆍ쌀 따위에 제초제나 해충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를 삽입하여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한다.

정밀농업은 물이나 비료의 사용량을 줄여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농작물의 수확량을 최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대규모 농업에만 사용 가능한 자동화 농기구의 크기와 가격을 줄여나간다. 소규모 농업에서도 자동화 농기구를 사용함에 따라 농작물의 생산량이 늘어난다.
물 관리 기술은 물 부족의 위기에 직면한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향상된 미세관개(micro-irrigation) 기술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다.

노인·장애인 재활 돕는 ‘입는 로봇’ 등장
에너지의 경우, 생물기반 에너지와 태양 에너지 모두 화석 연료나 원자력 에너지와의 비용 경쟁력이 문제가 될 테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 여하에 따라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끝으로 보건기술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 상태를 개선하여 전반적인 복지를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 관리 기술과 인간 능력 향상(enhancement) 기술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질병 관리 기술은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여 신속히 치료할 수 있게끔 발전한다. 따라서 유전과 병원균에 의한 질병을 모두 정확히 진단하는 분자 진단 장치가 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분자 진단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 서열 분석(DNA sequencing)의 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맞춤형 의학이 실현된다. 이를테면 진단과 치료를 일괄 처리하는 이른바 진단치료학(theranostics)이 질병 관리 기술의 핵심 요소가 된다. 또한 재생의학의 발달로 2030년까지 콩팥과 간을 인공장기로 교체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질병 관리 기술이 발달하여 선진국에서는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향상되어 갈수록 노령화 사회가 될 테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인간 능력 향상 기술은 인체의 손상된 감각 기능이나 운동 기능을 복구 또는 보완해주는 신경보철 기술이 발전하여 궁극적으로 정상적인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된다. 가령 전신마비 환자의 운동신경보철 기술로 개발된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는 정상인의 뇌에도 적용되어 누구든지 손을 쓰는 대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게 될 것 같다. 또한 일종의 입는 로봇인 외골격(exoskeleton)이 노인과 장애인의 재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개발되어 병사들의 전투 능력을 증강시킨다. 이러한 인간 능력 향상 기술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 향후 15~20년 동안 오로지 부자들에게만 제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30년의 세계는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여 능력이 보강된 수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보통 사람들로 사회계층이 양극화될지도 모른다.


이인식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지냈다. 신문에 470편, 잡지에 16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했다. 『지식의 대융합』『이인식의 멋진 과학』『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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