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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사 "한국 국민성 자체가 매우…"

중앙일보 2013.01.12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캐나다는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19세기 말 선교사 파송을 시작으로 의사·교사들이 잇따라 한국 땅을 밟으며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6·25전쟁 때는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2만7000여 명을 파병해 516명이 전사했던 최우방 중 하나였다. 그랬던 두 나라가 14일로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한국은 올해를 ‘캐나다의 해’로, 캐나다는 ‘한국의 해’로 공식 지정하며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최근엔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서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때 데이비드 채터슨 주한 캐나다 대사를 만나 양국 관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수교 50년 … 채터슨 주한 캐나다 대사
박근혜 당선인에게, 한국·캐나다 FTA … 취임 선물로 주고 싶다



참전용사들, 임진강서 60년 만에 하키 게임



데이비드 채터슨 주한 캐나다 대사가 대사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양국은 상호보완적이며 윈윈할 수 있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대사로서 수교 50주년을 맞는 감회는.



 “무척 흥분된다. 50년에 딱 한 번 오는 흔치 않은 기회 아닌가(웃음). 매우 긴 역사를 가진 아시아 국가와 짧은 역사의 북미 국가라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안보·번영이란 공통의 가치를 추구해 왔다. 교류도 활발하다. 매년 15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캐나다 관광을 떠나고 5만 명의 캐나다인이 한국을 찾는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포가 20만 명으로 중국·미국·일본 다음으로 많다. 이 얘길 하면 그렇게 많으냐며 다들 깜짝 놀라더라. 캐나다에 유학 중인 한국인도 2만5000명이나 된다.”



 - 올해 어떤 이벤트들을 계획하고 있나.



 “14일 기념식을 킥오프로 1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거다. 인기가수 지나·셰인과 배우 오지호씨, 축구스타 이영표 선수 등도 흔쾌히 홍보대사를 자임했다. 만화가 이원복 교수와 김덕기 화가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다음 달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임진강 최전방에서 60년 만에 하키 게임을 재연하고 7월엔 서울시 신청사 개관 기념으로 캐나다 페스티벌도 연다. 세계적인 팝스타와 ‘태양의 서커스’도 방한할 예정이다.”



 - 지난 50년간 양국 관계가 교류협력의 깊이에 비해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서로가 강대국의 그늘에 묻혀있었다. 한국이 북미를 보면 미국의 강렬한 빛에 캐나다는 가리기 마련일 게다. 캐나다도 아시아 하면 중국·일본과 인도를 먼저 보게 된다. 또한 양국 간 쟁점이 적다 보니 현안도 적었다. 노 뉴스 굿 뉴스(No news good news)였달까. 게다가 한국은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일본·중국에 집중했고 캐나다는 미국·유럽에 포커스를 맞춰 왔다.”



 -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인데.



 “인적 교류는 물론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두 나라 경제가 매우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반면 캐나다는 에너지·자원·농산물이 강점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96%를 수입하지 않나. 캐나다는 2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서로 윈윈이 가능한 관계다.”





FTA 체결되면 한국인 삶의 질 높아질 것



사진 찍기가 취미인 데이비드 채터슨 대사가 인터뷰 도중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찍고 있다.
 현재 양국 간 최대 현안은 한·캐나다 FTA다. 2005년 7월 시작한 협의는 2008년 3월 13차 협상을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라 전해오고 있다. 채터슨 대사도 캐나다 외교부 다자통상정책과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캐나다 부대표를 지내는 등 통상 전문가로 활동해 관심이 높다.



 - 당초 양국 간 주요 쟁점은 뭐였나.



 “자동차와 쇠고기·돼지고기 등 크게 세 가지였다. 이 중 쇠고기 문제는 지난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개방되면서 해소됐다. 협상은 연애와 마찬가지다. 기브 앤드 테이크다. 서로의 이익균형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마련이다. 이제 마지막 조율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가장 높은 단계의 FTA를 맺자는 데 양국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 양국 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엔 어떤 이익이 있나.



 “우선 삶의 질이 높아질 거다. 품질 좋고 저렴한 캐나다산 제품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다. 며칠 전 한국의 유력 언론사 회장과 식사를 했는데 왜 캐나다는 와인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더라. 사실 캐나다는 매년 1억 달러어치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 강대국이다. FTA가 맺어지면 어느 매장에서나 캐나다산 와인을 접할 수 있다. 한국의 음식값이 OECD 국가 중 가장 비싸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에너지 수입이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거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건 불문가지다.”



 - 최근 분위기는 어떤가.



 “지난해 6월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총리가 FTA 협상 재개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 연말 김황식 총리도 캐나다를 방문하는 등 정치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남은 쟁점도 조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제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이미 인도·중국·일본 등과도 한창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의 FTA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언제든 다른 아시아 국가로 관심이 옮아갈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곧 출범하는데.



 “박근혜 당선인에게 한·캐나다 FTA를 취임식 축하선물로 드리고 싶다. 그 정도로 캐나다 정부는 양국 간 FTA에 대한 열망이 크다. 박 당선인 주변 참모와 전문가들도 한·캐나다 FTA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매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본다.”





캐나다는 친구나 이웃 하기 딱 좋은 나라



 - 한국과의 인연은.



 “2011년 9월 대사로 부임했으니 1년 반쯤 됐다. 1980~90년대 일본에서 10년간 근무했을 때 스무 번가량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웃음). 당시 한국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우디 대사를 마치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자원했을 정도다. 와서 보니 한국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더라. K팝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고.”



 - 한국에서 ‘정말 좋았다’고 느낀 곳이 있다면.



 “서울이란 도시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다. 성북동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을 거다. 구석구석 멋진 미술관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설악산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제주도도 세 번이나 가봤는데 20년 전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의 자연은 캐나다 못지않게 아름답다. 카메라에 담는 맛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엔 청계천 걸으며 사진 찍는 데 푹 빠졌다.”



 - 부인도 한국 생활에 만족하나.



 “부인이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근무하다 만나 결혼했는데 그새 한지공예 매니어가 됐다. 나이 드신 분들 만나면 늘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 캐나다인으로서 인상 깊었던 한국인의 모습은.



 “국민성 자체가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한 번 결단을 내리면 무슨 일이든 어떻게든 해내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무엇보다 ‘빨리빨리’가 가장 충격적이었다(웃음). 그래도 그런 특성 때문에 이처럼 빠른 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싶다.”



 - 북한대사도 겸임하고 있는데.



 “캐나다는 한국과 동반자적 관계로 한국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캐나다 정부도 북한과의 모든 외교·경제적 관계를 중단했다. 북한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거다.”



 - 앞으로의 계획은.



 “미국 독립선언문을 보면 자유와 행복 추구에 대한 열망에 가득 차 있는데 캐나다 헌법은 평화·질서와 좋은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편안하다. 한국이 친구나 이웃하면 딱 좋은 나라다. 특히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포용하는 데 익숙하다. 한국인들이 캐나다의 참모습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양국 간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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