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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디지털시대 솔로 혁명 … 혼자서 가라

중앙일보 2013.01.12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더 퀘스트

356쪽, 1만6000원




“우리가 남이가?”, “너 자신을 알라!”



 계사년(癸巳年) 새해, 위 두 언명 중 우리 처지에선 무엇이 O이고, 무엇이 X일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일단 정답은 “우리가 남이가?”(X), “너 자신을 알라!”(O)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의 논지에 따르면 그렇다.



 신간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원제 Going Solo: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는 한마디로 혼자 사는 것이 21세기 인류 삶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확정한다.



 2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경남 출신의 후보가 ‘우리’와 ‘그들’로 지역을 이분화해 당선됐다면 이제 그런 사회학적 이변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2월 대통령 선거처럼 세대에 자신을 함몰시키는 사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진단이다. 왜? 자존(自存)을 지상 목표로 삼은 인간들이 오늘의 물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가 외쳤듯 우리는 지금 눈길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 자기를 알고, 자기를 존중하며, 자기를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새 길에 나서야 한다. 지금 인류는 ‘1인 가구(家口)’ 사회로 가고 있다. 엄정한 솔로, 1인 세대, 바로 ‘개인’이 21세기 인류의 새 이름이다.



 

# 혼자 놀아도 고독할 틈 없어





우리는 이미 ‘솔로’란 단어에 익숙하다. 이혼 남녀를 돌싱(돌아온 싱글)이라 부르고, 순수하게 혼자를 즐기는 총각처녀를 ‘모태 솔로’라 칭한다.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혼자 살고 있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류의 실험이 시작됐다. 나이,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혼자 정착하는 인간의 출현은 크게 네 가지 거대한 사회 변동에서 찾아왔다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그 변동은 첫째 여성의 지위 상승, 둘째 통신혁명, 셋째 대도시의 형성, 넷째 혁명적 수명연장이다.



 여성의 지위 상승은 신(新) 모계사회의 도래를 예감케 한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인 우마드(womad)가 여성시대의 새로운 코드로 등장했다. 세상 중심에 우뚝 서 살아가는 우마드의 힘은 이제 홍일점(紅一點)이 아니라 청일점(靑一點)을 거론하게 만든다. 우리 손으로 뽑은 여성 대통령도 솔로다.



 통신혁명의 발전은 인간을 ‘혼자 놀기’의 명수로 만들어 놓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는 그 끝이 어디일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개인주의를 예찬하는 통신수단 발명은 혼자 살아도 고독할 틈이 없는 타인과의 무한대 접촉점을 흩뿌려 주었다.



 거대도시 발달은 독신 남녀들이 살기에 기름진 토양이다. 클럽, 시민단체, 아파트형 주거 등 쾌적하게 혼자 살고 즐길 수 있는 장소와 서비스가 풍부해졌다. 이 ‘도시 부족’들은 서로가 혼자 사는 것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와준다.



 201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인류 탄생 이후 가장 오래 살게 된 인간이다. 노인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크게 늘었다. 혼자 나이 들기는 흔한 일이 되었다. 반려자나 가족 없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혼자 삶을 유지해야 하는 건 이제 숙명이다.



#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을 21세기 삶의 형식으로 밀고 나가는 것일까.



 부르주아적 개인주의, 무정부주의적 개인주의, 귀족주의적 개인주의를 거치며 나름 성숙해진 인간의 숙성 단계인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거치고 나서 발효한 1인 가구는 나름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인류학적 단계의 한 매듭을 짓고 있다.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인간의 길이다.



 지은이는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을 내놓는다. “혼자 살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고독을 되찾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다. 혼자 살기는 우리의 자아 발견을 도와주고 의미와 목적을 찾는 일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혼자 사느냐, 여럿이 사느냐가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느냐 아니냐는 것일 뿐. 소크라테스는 역시 소크라테스다. “너 자신을 알라!” 한마디가 바로 1인 가구, 혼자 살기의 정수를 담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폴 요네는 1985년에 이미 ‘대중화, 개인주의, 탈정치화’를 현대 사회의 주요 특질로 꼽으면서 미래 세계의 대중은 개인적 선택에 민감한 개인주의적 대중, 능동적 대중일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서 개인주의를 확장해 심화시킨 것이 이 책의 제목 ‘고잉 솔로’인 셈이다.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한 편의 사회학 논문을 읽는 듯한 이 책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시대 흐름을 읽는 정신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물결은 개인주의 혁명이라는 것, 그 혁명은 느리고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아주 크고 근본적인 혁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중요한 건 이 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다.



 지금 세계는 자기 자신을 가장 중시하고 최고로 고려하는 ‘싱글턴’을 신인류로 영접하고 있다. 집단의 틀을 거부하는 이 종족 덕에 가까운 미래 세상에서 인간은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개인주의를 마주하게 될 듯하다. 솔로 만세!





싱글턴(singleton)= 혼자 사는사람을 가리킨다. 독신인 사람은 혼자 살 수도 있고 애인이나 룸메이트, 또는 자녀와 함께 살 수도 있으므로 독신자라 해서 모두 싱글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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