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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프랑스 국민배우의 러시아 국적 취득 … 비난만 할 일인가

중앙일보 2013.01.12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민배우’라는 공식 칭호가 있다면 프랑스의 제라르 드파르디외(64)만큼 그 이름에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스물세 살에 영화 배우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1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그다. 프랑스 최고의 영화상인 세자르상(남우주연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고, 프랑스 문화·예술계에 기여한 공로로 레지옹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포도주 공장을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런 그가 ‘부자 증세’에 항의해 러시아로 귀화한 ‘사건’이 신년벽두 지구촌의 화제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러시아 여권을 전달받고 포옹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프랑스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돈 때문에 조국을 버린 드파르디외에 대한 비난이 SNS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트위터에는 “우리의 쓰레기를 대신 치워준 푸틴에게 감사한다”는 조롱 섞인 글까지 올라왔다. 국민배우가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된 분위기다.



 2013년부터 2년간 연소득 100만 유로(약 14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키로 한 사회당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드파르디외는 이웃 나라 벨기에에 귀화 신청을 했다. 벨기에 정부가 조세 회피 목적의 국적 신청에 난색을 표하며 머뭇거리자 그는 러시아 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그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푸틴이 즉각 특별귀화를 승인하면서 드파르디외는 러시아 시민이 됐다.



 부자 증세를 피해 거주지를 옮기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도 벨기에에 귀화 신청을 했고, 배우 알랭 들롱과 가수 조니 할리데이는 스위스로 거처를 옮겼다. 그럼에도 유독 드파르디외에게만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그의 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귀화한 나라가 하필 러시아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러시아 여권을 손에 든 드파르디외는 현지 언론에 “나는 러시아 국민과 역사, 작가들을 사랑하고, 그 문화와 지성을 사랑한다”며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의 ‘위대한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했다. 돈 때문에 조국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까지 배신하고, 푸틴의 권위주의 체제를 칭송하는 걸 보면서 프랑스인들은 일종의 모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드파르디외 탓만 할 건 아니다. 국경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글로벌 경쟁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이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 기업이 임금이 싼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나 드파르디외가 소득세율이 13%에 불과한 러시아로 이주하는 것이나 본질은 마찬가지다. 드파르디외를 탓하기에 앞서 프랑스는 고소득자에게 75%의 세금을 물린다는 황당한 발상이 나올 정도로 망가진 집안부터 먼저 수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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