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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 뿌려진 성매매 전단보고 전화하니…

중앙일보 2013.01.09 00:59 종합 15면 지면보기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7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거리 위에는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보이는 형형색색의 전단으로 가득했다. 작게는 명함 크기에서 좀 크면 A4용지 정도 되는 다양한 사이즈의 전단 속엔 하나같이 반라의 젊은 여성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성매매 광고다. 이희현 강남구청 불법 퇴폐행위 근절 특별전담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전단 한 장을 골라 전화를 걸었다. 전단 성매매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54명 투입 … 성매매 전단지와 전쟁
유흥업소 단속하자 오피스텔로 이동
전단지 휴대전화 사용 정지 요청

 강남구는 지난해 7월 성매매 근절을 위해 TF팀을 만들어 유흥업소를 집중 단속했다. 올해는 단속 목표를 전단으로 돌렸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성매매는 어느 정도 줄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는 지난해 307개 업소를 적발해 226개 업소를 영업정지했다. 하루 평균 1.7개 업소를 적발해 1.3개 업체에 영업정지를 부과한 셈이다.



 이 팀장은 “이제 남은 건 전단을 활용하는 성매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전단을 활용해 오피스텔에서 행해지는 성매매가 부쩍 늘었다”며 “지난해 유흥업소에 대한 엄격한 단속 때문에 성매매 인력이 대거 역삼·논현동 일대 오피스텔로 숨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강남구는 열심히 성매매를 단속했지만 정작 이 기간 동안 주민과 직장인의 불만은 더 높아졌다. 지하에 숨어 있던 성매매가 노골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탓이다. 회사원 김선영(28·여)씨는 “팀 회식을 마치고 남자 직원들과 같이 가다가 전단을 보면 너무 민망하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강남구가 강력한 단속의지를 내비치고 있기는 하지만 단속 활동은 쉽지 않다. 이 팀장은 “유흥업소 성매매와의 전쟁이 진지전이었다면 오피스텔 성매매는 게릴라전”이라고 말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알 수 없어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이 팀장의 단속 활동도 무위로 돌아갔다. 맨 처음 전화를 거니 수화기 너머에서 남성의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역삼역 2번 출구로 오셔서 다시 전화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서둘러 끊었다. 전화 속 남자는 1단계에 불과했다. 역삼역 2번 출구에서 전화를 하자 이번에는 다른 남성이 받았다. 전방 200여m를 걸어나온 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한 후 전화를 했으나 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이 팀장은 “눈치채고 도망간 것 같다”며 “몇 단계를 거치며 자기들 나름대로 신분을 확인하는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강남구는 전단 단속 인력을 ‘매머드급’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단속반은 원래 4명이지만 150명을 더 충원해 ‘불법 선전성 전단지 철폐 합동단속반’을 구성했다. 강남역·선릉역 주변 상습 전단 살포지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수시로 현장을 단속할 예정이다. 전단에 적힌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강제로 사용이 정지되도록 통신사에 요청할 방침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불법 선정성 전단이나 성매매 오피스텔 등이 아예 발붙일 수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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