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추적] 150㎡ 넘는 음식점 금연 한 달 … 서울 시내 24곳 가보니

중앙일보 2013.01.09 00:19 종합 12면 지면보기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손님들이 왜 ‘이곳에선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묻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치킨집. 주인 김모(46)씨는 “업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음식점은 금연구역 지정 대상이다. 하지만 출입구와 업소 내부에 금연 표시는 없었다. 오히려 테이블마다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손님들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다.



 150㎡ 이상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8일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본지가 강남역·종로·신림동의 150㎡ 이상 음식점 24곳을 취재한 결과 절반(12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신림동의 한 실내포장마차 매니저 김모(32)씨는 “금연법 얘기를 뉴스에서 들었지만 구청 직원이 이곳을 찾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 업소가 금연 시설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금연 시설은 금연구역 표시와 위반 시 조치사항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금연 시설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인 곳은 7곳(29%)에 불과했다. 이 중 출입문 앞에 스티커를 붙인 곳은 한 곳뿐이었다. 종로의 한 맥주전문점 주인 최모(46)씨는 “어차피 진짜 단속은 5개월 뒤부터 시작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금연 시설인데도 버젓이 재떨이를 놓아둔 곳도 있었다. 신림동의 한 민속주점 주인 심모(48)씨는 “손님들에게 뼈다귀를 버리라고 재떨이를 뒀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 구청 직원 80여 명이 홍보·계도에 나서고 있지만 2만여 개에 달하는 음식점에 일일이 전파하기는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관악구 보건소 최재경 주무관은 “직원 3명과 공공근로 4명, 자원봉사 서포터 구민 24명이 나서 계도·단속 중”이라며 “오는 6월 전면 시행되면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금연 시설임을 통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요령과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연 시설 단속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6월 8일부터 위반 업소에 17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손님 역시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금연 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당구장·노래방·DVD방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찾아간 신림동의 한 당구장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종업원 박모(29)씨는 “당구장은 금연 시설이 아니라서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러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권형원 사무관은 “당구장·DVD방 등을 금연 시설로 지정하려면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연 시설 대상이 아닌 150㎡ 미만 업소의 반사 이익은 크지 않았다. 취재 대상 12개 업소 모두 “금연법 시행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동 호미불닭발 주인 박순희(55·여)씨는 “담배 피우고 싶어 오는 사람만큼 연기 맡기 싫어 안 오는 사람도 많다”며 “요즘은 비흡연 인구가 더 많아 금연법으로 인한 매출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잡습니다] ‘150㎡ 넘는 음식점 금연 한달…’ 기사에서 금연시설인데도 흡연가능 스티커를 붙였다는 강남의 한 음식점은 실제 면적이 140㎡로 금연시설 대상이 아니기에 바로잡습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