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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거래의 물꼬부터 터줘야 한다

중앙일보 2013.01.09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연초부터 취득세 쇼크로 부동산 시장이 기능부전에 빠졌다. 취득세가 두 배로 뛰면서 주택 거래는 끊기다시피 하고 매도호가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거래 불씨를 어렵게 살려놓았는데, 정치권의 어이없는 판단으로 부동산 빙하기를 불러온 것이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취득세 감면 법안을 다시 처리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한번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이다. 그 밑에는 주택담보 대출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의 깡통주택(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을 내줄 수 없는 주택)은 줄잡아 19만 채나 된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부채가 집값의 70%가 넘는 잠재적 깡통주택은 무려 34만 가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특수한 경우다. 어느 때보다 집값 불안→가계대출 부실화→금융 위기의 연쇄 반응을 차단하기 위해 세심한 정책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2년간 주택건설업은 전방위로 위축되고 있다. 새벽 인력시장이 자취를 감추고, 인테리어와 이사업계 등 후방산업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한 고용 손실과 경제성장률 저해 등의 부작용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물론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 비중이 축소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발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왔다. 우리 건설업 비중이 여전히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 비중은 더 줄어드는 게 맞다. 하지만 주택건설업의 위축 속도가 너무 빠르고, 하락 각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맞춰야 한다. 또한 꾸준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도록 유도해야 시장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화급한 일은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다. 어제 보도에 따르면 주택거래 감소와 미분양에 묶인 돈이 7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동산 침체가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부동산 취득세·등록세부터 감면해 거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집값 폭등기에 도입됐던 과도한 양도소득세율과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거래세율은 낮추면서 보유세율을 올리는 게 맞는 방향이다. 우리의 부동산 조세비율은 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재산세 등 보유세 비중이 OECD 평균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취득세·양도세 같은 거래세 비중이 무려 70%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세금 징수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속돼 온 이런 낡은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높은 거래세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며,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수입도 부동산 경기에 연계돼 불안정하게 된다. 이제 집값 상승의 기대감은 사라지고 부동산시장의 하방(下方) 위험이 커지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국면에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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