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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중 외교 바로잡을 ‘지화파 얼음공주’로 호감

중앙일보 2013.01.07 09:51
“대통령이 되십시오.”

2006년 11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행운의 도자기를 선물하면서 건넨 인사말이었다. 6년 뒤 왕 부장의 ‘덕담’은 현실이 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까지 네 차례(2001·2005·2006·2008년)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중국은 매번 ‘초특급 예우’로 대했다. ‘미래 외교’에 대한 선행 투자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중국이 보는 박 당선인의 이미지 속에 그 답이 있다. 중국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다.

중국이 보는 박근혜 당선인

첫째, 지화파(知華派) 얼음공주(公主)라 는 대중적 이미지다. 박 당선인은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에서 “나의 첫사랑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준 삼국지에 나온 조자룡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읽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은 중국철학사를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 중국 저작, 가장 어려운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또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처럼 중국인들이 친구로 여기는 이유다. 여기에 과거사·영토분쟁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일 외교 자세 역시 중국의 반일 분위기와 통한다.



중국어로 대화 나눌 ‘친구’

역경 극복한 인물로 평가

대북 강경책 바뀌길 기대




셋째, 태자당 그룹에 속하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역시 박 당선인의 개인적 배경에 호감을 갖고 있다. 맹자(孟子) ‘고자장(告子章)’에는 “하늘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먼저 힘들게 한다(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는 구절이 나온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읽었다는 구절이다. 중국인은 많은 역경을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을 존경하는 경향이 있다. 최고 명문가에서 태어나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는 고난을 극복하고 권력의 정상에 선박 당선인의 모습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미지와 일정 부분 겹친다. 하지만 중국 대중은 ‘관얼다이(官二代·관리의 자녀)’와 ‘푸얼다이(富二代·부유층 2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남북 양측의 새 지도자를 바라보는 중국의 여론도 예전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시사평론가 두쥔리(杜君立)는 ‘한국민주진화사(韓國民主進化史)’란 장문의 글을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실었다. “동방의 전통적인 남성 우월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인종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당선된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그는 “권력이 국민을 통해 나오지 않는 국가는 소수 음모가의 사적 재산에 불과하다”며 “같은 세습 이지만 박근혜가 계승한 건 능력이요, 김정은이 계승한 건 권력”이라고 평가했다.



“남성우월 사회 첫 여성 대통령”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중국을 어떻게 볼까. 앞의 자서전 '절망은…' 의제5장 외교 부분에 잘 드러난다. 박당선인은 외교무대의 경험담 16편 가운데 6편을 방중 소감에 할애했다. “나는 중국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땅, 엄청난 자원과 수많은 인재를 가진 중국이 배울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배우고, 성공한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를 거침없이 가져다 쓰고 있었다.…우리는 또 한발 앞서 가서 그들이 배우고싶어 할 21세기형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양자 외교 관계에서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박 당선인의 개인적 매력이 외교 성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인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손인주 교수는 “박 당선인이 애독했던 중국 고전의 지혜와 덕을 갖춘 숨은 인재들을 두루 발탁해 박근혜의 매력 외교를 보완할 외교팀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당선인을 보는 중국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을 우호적인 국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재우(국제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과 신뢰가 향후 대중 외교의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이라는 양자택일 구도를 깰 합리적인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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