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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조기 진단·치료에서 예방 정책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중앙일보 2013.01.07 06:28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유근영 사무총장. 그는 국립암센터 원장 시절인 2008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암은 걸리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30년에 걸친 ‘수업료’를 내고 깨달은 사실이다.


인터뷰 - 유근영 아·태 암예방기구 사무총장

 우리나라에서 암 예방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수십 년간 이를 설파하는 사람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암예방기구(APOCP) 유근영(58·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사무총장이다. 국립암센터 제3대 원장을 지낸 그는 세계적인 암예방의학 전문가다. 한시라도 빨리 암 예방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유 사무총장의 주장은 2013년 새해 벽두에도 이어졌다.



 지난 2일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활성화하면서 암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졌다”며 “암 경험자(신규 암환자와 암 완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암 환자의 증가를 막는 암 예방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암 정복 1차 사업(1996~2005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차 사업(2006~2015년)을 진행하면서 암환자의 생존율을 많이 끌어올렸다.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0년 국가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2001~200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49.4%다. 2006년부터 최근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1%에 이른다.



 유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암 정책은 세계적인 성공 사례다. 1960년대부터 암 정책을 편 일본도 이제 한국이 앞선다고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암 정책의 본보기로 한국을 꼽는다.



 하지만 암 생존율 상승의 이면에는 암 환자의 증가라는 어두운 양면성이 있다. 국내 신규 암환자는 매년 늘어 2010년 기준 약 20만 명에 이른다. 또 매일 약 20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사망원인 1위). 유 사무총장은 “신규 암환자를 막는 암 예방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례가 유 사무총장의 주장을 대변한다. 그는 “미국은 1971년 리처드 닉슨 37대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30년간 진단·치료 기술에 집중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며 “하지만 암환자는 계속 증가했고, 미국의 암 전문가들은 예방을 등한시한 것을 판단착오라며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암 예방정책 방향은 급증하는 암에 주력해야 한다. 유 사무총장은 “서구식 식생활에 따라 유방·난소·대장·전림샘 암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예컨대 국내 유방암 환자는 10만 명당 약 22명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미국처럼 80~90명으로 늘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조기발견·치료도 중요하다. 유 사무총장은 “고령화와 서구식 식생활 탓에 암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조기 발견하면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노력을 이어가면 암의 70~80%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암 예방법은 금연·예방접종·식사관리 세 가지다. 금연만으로도 암 발생의 30%를 막을 수 있다. 간암·자궁경부암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암을 막는 예방백신 접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짜고·맵고·육류가 많은 자극적인 음식을 줄인다.



 유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암 예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이 위암 예방에 좋은데 얼마나 먹어야 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것을 밝히는 중계연구에 박차를 가해 실제 도움이 되는 암 예방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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