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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빠진 유아·어린이, 뇌 발달 늦어진다

중앙일보 2013.01.07 06:13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한 어린이가 스마트휴대기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중독에 빠지기 쉽다. [중앙포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소원을 빌지만 부모라면 가장 소망하는 게 자녀의 건강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신년 기획으로 ‘당신의 자녀, 건강하십니까’를 연재한다. 첫 회로 스마트폰에 빠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조명한다. 중독전문가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홍석 교수에게 영유아·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위험성과 대책을 들어봤다.

신년기획 - ‘당신의 자녀, 건강하십니까’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35)씨는 요즘 스마트폰에 빠진 네 살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 재작년 겨울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울면 만화 동영상을 보여주던 게 화근이었다. 샤워할 때나 요리할 때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도록 쥐어줬다. 어느덧 습관이 돼 이젠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달라고 한다. 빼앗으려고 하면 울며 난리를 피워 다시 손에 쥐여준다. 이씨는 “그 순하던 아이가 스마트폰을 뺏을 때는 정말 사악한 아이로 바뀐다. 눈빛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직장인 주부·38)씨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집에서 말이 없어졌다.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본다. 지난 새벽엔 슬며시 방문을 열어봤더니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단체 채팅을 하고 있었다. 성적이 떨어져 혼도 내봤지만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휴대폰을 압수하자 따돌림을 당한다며 하루종일 울었다.



어린이 스마트폰 중독, 어른보다 심각



2011년도 행정안전부의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9세 유아·어린이의 인터넷 중독률은 7.9%, 10~19세 청소년은 10.4%였다. 20~49세 성인의 중독률 6.8%보다 높았다. 이홍석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은 어린이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3세 이전에 뇌발달 속도가 가장 빠르고, 그 다음 초등학교·중학교 순이다. 또 뇌는 시기마다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영역이 있는데 그때 한창 스마트폰을 쓰면 뇌가 발달할 기회를 놓쳐버린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리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는 뇌발달의 정지(停止)다. 이 교수는 “사람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대상과 오감을 통한 상호작용에서만 고르게 발달한다. 이때 뇌의 회로가 촘촘하게 엮이고, 기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사람과의 접촉이 아니다. 뇌의 수만개 회로 중 스마트폰이 전달하는 일방적인 영상을 받아들이는 단 하나의 회로만 움직인다. 그동안 다른 회로는 쓰지 못해 점점 퇴화한다. 이 교수는 “중독 수준인 아이는 한해에 절반 정도 뇌가 정지된 상태다. 그게 누적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뇌 발달에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감정 관할 영역 발달 안 돼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감정을 관할하는 뇌 영역도 붕괴된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 속에는 일방적인 사물의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다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연히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고, 시·공간에 따른 감정조절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떨어진다. 눈치도 없다. 참을성도 없고, 돌발행동이 빈번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 유아기인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20여 년 후면 패륜아나 묻지마 살인사건 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 또 미래를 보고, 과거를 반성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통합적인 사고 능력도 저하된다. 이 교수는 “진정한 인간으로 자라려면 뇌가 전체적으로 발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된다. 성적은 일시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지만 인생 전반에 있어서는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이 심심하게 하는 게 오히려 뇌 발달



이 교수는 일단 스마트폰을 아예 뺏어버리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술·담배 중독자에게 조금씩 끊으라고 하면 절대 못 끊는 것과 같다. 한번에 확 끊어야 한다. 이 교수는 “아이가 1주일은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쓸 수 있지만 2주째는 스스로 포기한다. 3주째부터는 서서히 눈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서 스스로 다른 놀이를 찾는다.



 중독 전 단계인 아이에게는 스마트폰 사용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좋다. 하루 일과를 마치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몇 시간 사용했는지, 스마트폰으로 뭘 이용했는지 적다 보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제를 한다는 것이다.



 유아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접촉 못 하게 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울 때 뽀로로 등의 동영상을 틀어줘 달래는 버릇을 들이면 안 된다. 차라리 울면 혼내던지 다른 사람이 주의를 주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뇌가 빨리 발달한다.



 향후 스마트폰 사용에 대비해 ‘예방 백신’도 준비해야 한다. 중독에 잘 빠지지 않는 자립심 강한 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 교수의 첫 번째 처방은 아이를 심심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뽀로로 놀이 동산에 가서 한번 놀아주는 것 보다 산이나 들로 가서 아이를 방임(放任)하는 게 뇌 발달엔 더 좋다. 아이가 심심함을 느끼며 스스로 놀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뇌의 각 영역이 고루 발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는 자신만의 호기심 영역이 발달돼 있어 스마트폰 등의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과 같은 것에 열외(列外)돼도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인터넷이 너무 빨라 중독에 더 취약하다. 정부의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시간 제한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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