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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첫날 함구령 … 발표는 대변인만

중앙일보 2013.01.07 00:38 종합 3면 지면보기
6일 오후 1시59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딱 1분 남겨놓고 검은색 벤츠 S600이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정문을 통과했다. 뒷좌석에서 내린 박근혜 당선인은 30여 명의 인수위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박수 속에 현판을 둘러싼 하얀 천을 벗겨냈다. 이어진 기념촬영. 가운데 선 박 당선인은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자신의 오른쪽으로 안내했다. 박 당선인과 일면식도 없는 이혜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가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머쓱해하자 손을 내밀어 자신의 왼쪽에 세웠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는 장면이었다.


당선인, 국민의 삶 최우선 강조
“50년 지나도 모범이란 평 받자”

 박근혜 당선인은 일성(一聲)으로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범적인 인수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당선인은 “인수위의 최고의 가치는 국민의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삶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각 부처의 인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면 다음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올바르게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받으신 임명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드린 것이다. 50년이 지나도 모범적인 인수위라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했다.



 이후 열린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선 ‘조용한 인수위’를 꾸리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회의를 주재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당선인을 충실히 보좌해 정부의 조직 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 설정, 대통령 취임식 준비 등을 법령에 따라 조용하고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떠들썩한 인수위보다는 내실 있는 인수위, 보여주기 식보다는 업무의 연속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인수위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크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인수위원 및 직원 함구령’도 내려졌다. “발표의 혼선으로 인한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외 공보활동 창구도 대변인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인수위 업무나 정책과 관련한 사항은 대변인을 통해서만 발표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위원 및 직원들은 업무에 전념하되 직권 남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준수되지 않을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령에 따른 응분의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내린 ‘자문위원제 폐지’ 결정도 인수위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위법에는 자문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자문위원들을 통해 업무·정책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창중 대변인은 “정리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마치 결정된 듯한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게 역대 인수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며 사실상 자문위 폐지가 보안상의 이유였음을 인정했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첫 워크숍에 대해 브리핑을 할 때는 “영양가 없는 내용이니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기자들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워크숍 특강이나 기조발제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해도 “영양가 없는 얘기를 길게 해봐야 뭐하느냐”고 했다. 김 전 의장은 특강 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서울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과 삼청동 사무실이 분리돼 있어 소통에 지장이 오고 자칫하면 ‘인의 장막’이 쳐져 내밀한 보고가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의 공약 중에서도 받아들일 것은 반영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꽁꽁 닫힌 인수위가 되면 투명성이 유지되겠느냐”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익명을 원한 한 당 관계자는 “보안도 중요하지만 인수위 첫날부터 과도하게 언론을 통제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하선영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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