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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복지 … 39만 명에 허튼돈 쓴다

중앙일보 2013.01.07 00:23 종합 8면 지면보기
4일 오후 2시45분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 주택가 어린이집에서 30대 초반 엄마가 아이(1)의 손을 잡고 나섰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탓에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두꺼운 점퍼를 입었다. 엄마는 전업주부다. 대개 오전 10~11시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늦어도 오후 3시 전에 데려온다. 집에서 5분 거리라 걸어 다닌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엄마는 집안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가끔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무상보육 제대로 하자 <상> 0~2세 지원금의 허실

 “솔직히 내 돈을 내고는 아이를 못 맡길 것 같아요. 나라에서 대주니까 보내는 거지요. 반드시 어린이집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잠깐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데 어린이집이 공짜인 데다 다른 대안이 없어 맡깁니다. 운이 좋아 다자녀 우선순위 혜택을 보고 이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죠.” 엄마의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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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한테 가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금은 월 52만1000원이다. 이 중 34만7000원은 직접 아이에게, 17만4000원은 어린이집으로 간다. 아이한텐 현금이 아니라 아이사랑카드(이용권)로 나가기 때문에 전액 어린이집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 이 지원금은 종일반(하루 12시간 이용)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 5~7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해도 52만1000원이 모두 지원된다.



 하루에 7시간 이하(반일)를 맡기나 온종일 맡기나 상관없이 같은 보육료 지원금이 나오는 ‘이상한 지원 방식’이다. 2011년 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갑작스레 0~2세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이런 일이 생겼다.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정부가 개선안을 내놨다. 오후 2~3시까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전업주부의 아이에게 종일반 보육료의 70%(일종의 반일제)만 지원하되 더 이용하려면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전업주부는 되도록이면 집에서 애를 키우되 어린이집에 보낼 거면 반일까지만 이용하고, 병원에 가거나 외출할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애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1일 국회에서 0~5세 무상보육에 휩쓸려 없던 일이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7000억원이 낭비됐고 올해도 비슷한 돈이 엉뚱하게 쓰인다”며 “무상보육도 좋지만 이런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어 실시해야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돈은 올해 보육예산(약 7조원, 지방비 포함)의 10%에 해당한다. 경기도 수원시 전업주부 강모(31)씨는 “오전 11시에 애를 맡기고 오후 3시에 데려오는데, 가끔 5시에 데려오면 어린이집에서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애가 없는 동안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거나 운동과 어학공부를 한다.



 무상보육 전면 확대를 반대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획일적인 지원방식과 관련해 “기계적인 제도”라며 “실제 수요 조사를 해보면 짧은 시간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꽤 많은데, 저희(복지부)의 (대국회)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육 전문가는 “서유럽에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정에서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이 생긴 것인데 이런 식으로 가면 정말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 부부가 차별받게 돼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기획조정실장은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아이를 일주일에 두세 번만 보내거나 한나절만 짧게 보내는 식으로 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반일제를 되살려야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입장은 다르다. 반일제를 하면 가정어린이집 이용 아동이 줄 것을 우려한다. 또 오후 2~3시에 반일제 아이가 귀가한 뒤 새로 아이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반일제 아동 담당 교사라고 해서 인건비가 반만 들어가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맞선다.



 올해 무상보육을 확대하느라 집에서 키우는 아이의 양육수당(10만~20만원)이 인상되지 않아 어린이집에 반나절이라도 보내는 게 훨씬 유리하게 됐다. 0세의 경우 집에서 키우면 20만원, 어린이집에 보내면 75만5000원이 지원된다. 학부모들은 최소한 양육수당이 40만~50만원은 돼야 집에서 키울 동기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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