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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절벽 탈출구는 ‘백금 주화’ 발행?

중앙일보 2013.01.07 00:24 경제 3면 지면보기
미국은 통화정책에서 원칙보다는 편법에 능한 나라였다. 남북전쟁기인 1860년대 금으로 태환할 수 없는 종이돈 그린백(Green Back)을 근대 국가로선 처음 발행했다. 전쟁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미국이라면 요즘 재정난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편법을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


1860년대 ‘그린백’ 발행 경험
일부 미국인들, 백악관에 청원
의회 승인 필요 없는 꼼수
최악 순간 현실화될지 관심

 마침 기묘한 조짐이 나타났다. CNN은 “일부 미국인들이 백금 주화 1조 달러(약 1060조원)를 발행하는 방안을 미 정부에 청원했다”고 5일 보도했다. 미 통화정책 역사에서 ‘청원’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국은 19세기 말 ‘은화 논란’으로 불리는 통화갈등에 시달렸다. 당시 미 정부가 동북부 상공인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은화를 폐지하고 금화만을 정식 통화로 정했다. 그 바람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농산물 값이 폭락했다. 그러자 농민들이 은화를 부활시켜 통화량을 늘리라고 청원에 나서며 미국이 전면적인 갈등에 휘말려 들었다. 사태가 내란 일보직전까지 악화했다.



 CNN에 따르면 백금 주화를 발행하는 주체는 미 중앙은행(FRB)이 아니라 재무부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백금 주화 1조 달러를 발행해 FRB에 맡기고 달러를 건네받아 정부 살림살이에 쓴다는 아이디어다. 이 과정에서 의회의 승인은 필요 없다.



 현대 통화 시스템에 비춰 백금 주화 아이디어는 현실과 거리가 좀 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술책(Gimmick)이라고 비판한 제안이다. 하지만 부채 한도(16조4000억 달러)가 올 2월15일까지 증액되지 않으면 미 정부는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



 CNN은 “재무부 백금 주화 발행은 의회 동의가 필요 없고, 부채가 아니기 때문에 연방정부 채무 한도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최악의 순간 미 정부가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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