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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오차 나도 차량 사고 … 반도체처럼 엄격 관리”

중앙일보 2013.01.07 00:20 경제 2면 지면보기
경신 연구진이 차량용 전선 묶음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시뮬레이션 틀에 넣어 놓고 살펴보고 있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전선은 총 10㎞에 달한다. [사진 경신]


4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경신의 본사 및 연구소. 회사 안이 쾌적하고 깨끗한 데다 하얀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많아 첨단 제약회사에 온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한 실험실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주력 생산품인 자동차용 전선을 광학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실핏줄처럼 가느다란 전선 가닥에 현미경을 갖다 대자 바로 옆 대형 모니터에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제품의 상태가 생생히 비친다. 이 회사 김규만 제조설계팀장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반도체 공정 못지않게 엄격히 관리한다”며 “제대로 이음이 안 돼 단 0.01㎜의 오차라도 생기면 주행 중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 부품업체 ‘경신’ 연구소 가보니



 경신의 주력 제품은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다. 이 제품은 자동차의 신경과 혈관 역할을 하는 전선의 묶음이다. 예를 들어 사이드 미러를 접거나 거울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처럼 운전석에서 조작하는 모든 동작이 제대로 구동되도록 전기적 신호를 전달해 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 한 대에 들어가는 전선의 총길이는 10㎞나 된다. 대형 세단 승용차의 경우 전선 무게만 40㎏에 달한다.



 이 회사 김의봉 부사장은 “전선 한 줄만 불량이 나도 차량 전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보이지 않는 차량의 경쟁력을 우리 회사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제품 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전선들은 일반 전선보다 내구성과 안정성이 더 강조된다. 출고가 되면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달려야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실차 시스템 평가, 시뮬레이터 평가 등 200개가 넘는 시험에서 합격을 받아야 납품이 가능하다. 경신의 경쟁력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와이어링 하네스 부문에선 글로벌 7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7600억원(추정치)이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미국·중국 등 전 세계 14곳에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체 물량의 40%가량을 이 업체가 생산한다. 2009년 현대차그룹이 최우수 협력업체에만 주는 ‘파이브 스타(Five star)’ 인증도 받았다.



 최근 주문량이 늘면서 인천 송도 본사 인근에 추가로 생산시설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의봉 부사장은 “납품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연초부터 기존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신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기술력이다. 이 회사 중앙연구소는 400여 명의 연구진을 갖추고 있다. 1200여 명에 달하는 한국 본사 임직원 셋 중 한 명이 연구인력인 셈이다. 연구원 중 70여 명가량은 아예 현대차그룹에 파견돼 일할 정도로 단단한 R&D 파트너십도 갖췄다. 회사 측은 올해 연구원 수를 450여 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390억원이던 연구개발(R&D)비도 4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신차를 일일이 뜯어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이 회사 연구진은 경쟁차에 들어가는 전선의 피복까지 벗겨내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올해 이 회사의 경영 화두는 전선 중량 줄이기다. 차량 경량화 요구가 커지면서 그동안 주재료로 써왔던 구리 대신 알루미늄 같은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 회사 정해권 생산기술개발실장은 “스마트그리드처럼 자동차 내 배선을 근거리 통신망으로 활용해 차량 제어에 활용하는 통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경신



▶ 설립일 : 1974년 9월

▶ 인원 : 1200여 명 , 해외 포함 때 1만7678명

▶ 자본금 : 90억원

▶ 매출액 : 1조7600억원 (지난해 추정치)

▶ 주요 제품 : 차량용 와이어링 하네스, 하이브리드카용 파워케이블 등 자료 :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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