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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 받는 男, 최근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중앙일보 2013.01.07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최모(47)씨는 최근 아들(19)과 대화를 하다 ‘세대차이’를 느꼈다. 아들에게 “대학에 가기 전에 포경(包莖)수술을 받는 게 어떠냐”고 권하면서다. 하지만 아들은 “친구 10명 중 7명은 아직 수술을 받지 않았다. 깨끗이 씻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최씨는 “내가 어릴 적에는 개인 위생에 안 좋고 여성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 포경수술은 ‘필수’라 여겼다”고 말했다.


10년간 수술 100만 건 줄어
개인 위생 개선 … “2%만 필요”

 포경수술을 받는 남성이 최근 10년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김대식(물리천문학부) 교수와 중앙대 방명걸(동물자원과학) 교수, 푸른아우성 구성애 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과학지 ‘BMC 퍼블릭 헬스’에 ‘한국 남성 포경수술의 감소’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2000년 당시 과거 10년간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전체의 75.7%였지만, 2011년에는 25.2%로 떨어졌다.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2000년 조사는 0~92세 남성 5434명, 2011년 조사는 0~64세 남성 3296명이 대상이었다. 특히 포경수술을 많이 받는 나이인 14~19세 남성의 수술 비율이 떨어졌다. 14~16세는 2000년 88.4%에서 2011년 56.4%, 17~19세는 95.2%에서 74.4%로 감소했다. 김 교수는 “연령별 인구를 고려할 때 10년간 최소 100만 건의 포경수술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포경수술은 1943년 미국 선교사를 통해 국내에 처음 보급됐다. 그동안 포경수술은 위생과 성병 예방 등을 이유로 의료계에서 권장해 왔다. 70년대 들어서며 포경수술은 ‘군대 가기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이 중 70% 이상이 무슬림과 유대인이다. 아시아 중 이슬람권을 제외하고는 필리핀과 한국만 수술 비율이 70%를 넘는다. 최근 들어 포경수술이 감소한 데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의료 지식이 널리 퍼졌고 ▶개인 위생상태가 향상됐으며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존중받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꼽힌다. 2000년대 들어 신생아 포경수술이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강동우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은 “개인이 위생 관리를 잘 한다면 포경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며 “질병 등의 이유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은 2%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병희(보건대학원) 교수는 “예전에 포경수술은 다른 외과수술과 달리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식에게 ‘시키는’ 것이었다”며 “부모 세대와 달리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수술을 감소시켰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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