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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고 간…" 19금 춘화첩 보니 '헉'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산(箕山) 김준근의 ‘장가가고’. 30×36㎝. 기산의 작품은 현재 1572점이 남아 있는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베를린 미술관 등 대부분 해외에 있다. [사진 갤러리현대]


#1. 혜원(蕙園) 신윤복(1758∼미상)에 대한 공식 기록은 부친 신한평과 함께 도화서(圖畵署·조선시대 그림 전담 관청) 화원이었다는 정도다. 세간엔 그가 춘화(春畵)를 그리다가 도화서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15일부터 갤러리현대



 ‘패륜’으로 지목됐기 때문인지 어떤 문인도 혜원의 그림에 제시(題詩)를 쓰거나 화평을 남긴 게 없다. 혜원 스스로 자기 작품에 제시를 남겼을 뿐이다.



 #2. 영조 시대이 문인 관료 이정보(1693∼1766)는 이런 사설시조를 썼다.



 “어젯밤 자고 간 그 놈, 아마도 못 잊을 거야. 기와장이 아들이었나 마치 진흙을 반죽하듯이, 뱃사공의 손재주였나 마치 노 젓듯 하듯이, 두더지의 아들이었나 마치 곳곳을 파헤치듯이, 평생에 처음이요 마음이 야릇해지더라. 그간 나도 겪을 만큼 겪었으나, 정말 맹세컨대 어젯밤 그 놈은 차마 못 잊을 거야.”



 상업이 발달하면서 성리학을 토대로 한 예교(禮敎)와 풍속이 흐트러져 있던 이 시기, 시나 그림도 이 같은 시대상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일본·중국 등 이웃나라에서도 춘화가 유행하던 때였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올해 첫 전시로 춘화를 선보인다. 15일부터 열리는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이다. 공재(恭齋) 윤두서(1668~1715), 관아재(觀我齋) 조영석(1686~1761),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 등의 풍속화 10점, 평민화가 기산(箕山)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미공개작 50여 점 등이 출품된다.



 전시의 백미는 각각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의 것이라고 전해오는 ‘운우도첩’(雲雨圖帖, 19세기 전반)과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 1844)이다. 화가가 서명을 할 리도 없고, 음성적으로 유통되며, 자손에게 물려주기도 뭣했던 태생적 속성상 춘화는 희귀하고, 볼 기회도 드물다. 조선 풍속화의 최고봉 단원과 혜원의 것이라 추정될 만큼 완성도 높은 이 두 점의 춘화첩이 일반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두 작품 등 농도 짙은 그림을 모은 본관 2층 전시장은 ‘19금’으로, 성인 관람객만 들어갈 수 있다. 일반 풍속화 관람엔 나이 제한이 없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명지대 교수)은 “진달래꽃 만발한 곳이나 물이 한껏 오른 버드나무 옆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등 우리 춘화에는 서정미가 물씬 풍긴다.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등 골계미도 빠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2월 24일까지. 입장료 일반 5000원, 만 19세 미만 및 경로 3000원. 02-2287-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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