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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라, 연아의 레미제라블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연아가 6일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전국 남녀 종합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애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레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다. [뉴시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이 막을 내렸을 때 관중은 참았던 함성을 토해 냈다. 기립박수가 터졌고, 수백 개의 선물이 빙판 위로 날아들었다. 6년 만의 국내 무대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물한 피겨 퀸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김연아(23·고려대)가 6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전국남녀 종합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45.80점(기술점수70.79, 구성점수 75.01)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쇼트(64.97점)에서도 선두에 오른 김연아는 합계 210.77점으로 우승했다. 국내 대회에서 나온 첫 200점대 점수이자, 김연아에겐 다섯 번째 200점대였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얻었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시니어 부문에 출전한 18명 중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A work’가 울려 퍼지자 웅장한 선율만큼이나 커다란 손동작으로 빙판을 갈랐다. 이내 얼음을 지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은반 위를 날아올랐다. 완벽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 숨죽였던 관중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김연아의 콤비네이션 점프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연아는 전날 쇼트 프로그램 워밍업에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다 넘어졌고 펜스에 크게 부딪혔다. 앞쪽에 앉은 관중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김연아는 실전에서 활주 도중 넘어지는 흔치 않은 실수를 했고, 곧 이은 콤비네이션 점프에선 한 바퀴만 돌았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 토루프를 덧붙여 기어이 3+3 점프를 성공시켰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김연아는 이날도 워밍업 때 콤비네이션을 시도하다 넘어졌다.



 이를 잘 알고 있던 팬들은 김연아가 첫 점프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자 환호했다. 김연아는 이후 작은 실수조차 없었다. 작품에 푹 빠져든 김연아는 ‘On my own’이 나오자 애절한 표정과 몸짓을 연기했다.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를 짝사랑한 에포닌의 감정을 그 어떤 배우보다 잘 소화했다. 마지막 점프, 더블 악셀을 성공했을 땐 다시 한번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꽈당’ 연아 김연아가 지난 5일 쇼트 프로그램 워밍업 도중 점프를 하다 넘어지고 있다. [뉴시스]
 경기가 끝난 뒤 김연아는 “끝부분에서 쇼트 프로그램의 스핀을 했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하나하나 잘 끝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레미제라블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 뮤지컬 영상을 수십 번 돌려봤다. 영화도 두 번이나 봤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감동적이었다”며 “영화나 뮤지컬을 본 게 음악에 대한 이해도나 표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연아의 연기에 일본 취재진도 감동했다. 2007년부터 김연아를 취재해 온 아사히TV의 기쿠오카 다이스케 기자는 “쇼트에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해 놀랐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프리 프로그램을 보자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 멋진 무대였다”고 평했다.



 김연아는 오는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준비한 것을 모두 소화한다면 우승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피겨 퀸은 당당했다.



 캐나다 런던에서 김연아는 오랜 라이벌 아사다 마오(23·일본)와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이후 2년 만에 조우한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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