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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완장과 명함 세력을 뿌리뽑자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권력교체기엔 늘 측근입네, 실세입네 하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이 나타난다. 특히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새 정부 출범 초까지 기승을 부린다. 이른바 ‘완장’들이다. 선거 때 도왔다, 당선인이나 실세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권력의 위세 한 자락을 거머쥐려는 자들이다. 이들의 횡포는 국민의 불신과 불만의 대상이 되곤 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아직까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친박’ 정치인의 기용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의 본격 가동을 계기로 권력이 가시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완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권력지향 의식 때문이다. 어느 실세와 가깝다고 보도된 한 고위 공직자는 “갑자기 여기저기서 밥 먹자는 전화가 밀려오더라”고 했다. ‘완장’의 유혹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또 인수위 출범 뒤엔 무슨 자문이니, 고문이니 하는 명함을 멋대로 쓰며 위세를 부리는 이들도 나온다. 소위 ‘명함세력’이다. 대개는 당선인의 사조직 출신이다. 이들이 인수위 명함을 팔아 사익(私益)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역대 인수위는 정무·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과에 간사와 인수위원 2~3명을 중심으로 전문위원과 자문위원들이 수십 명씩 배치돼 있었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 자문위원은 558명이었다. 2002년 노무현 당선인 시절엔 무려 700명에 달했다. ‘안국포럼’ ‘선진국민연대’ ‘노사모’ 같은 사조직 출신이 많았다. 이들은 실무능력, 전문성,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지연·학연 등 1차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세력을 형성했다. 연고주의가 판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생업을 놔두고 인수위 자문위원 명함을 뿌리며 돌아다니는 이들의 목표는 뻔하다. 관직 아니면 공천이다. 자문위원 중 일부는 부적절한 처신을 하거나 비리에 연루돼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 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어 싸우느라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가 하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적도 많다.



 이런 시기에 6일 본격 출범한 박근혜 인수위가 자문위원직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자문위원이 실무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정치적으로 잡음을 일으키곤 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자문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제일 잘 아는 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자문위원은 명함을 뿌리며 위세를 자랑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새 정부의 틀이 짜여지는 시기엔 누구나 권력의 풍향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완장’과 ‘명함세력’이 발호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들이 엇나가면 결국 ‘국정 농단세력’으로 변질되기 쉽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도 상당 부분 여기에서 비롯했다. 박 당선인은 이미 대통합 인사를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권력을 팔아 이권을 챙기려는 ‘완장’과 ‘명함세력’의 출현을 단호히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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