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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당신은 어떤 최후를 꿈꾸는가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대박영화들이 연이어 쏟아지는 요즘 극장가, 의미 있는 선전을 하고 있는 두 편의 작은 영화가 있다. 201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와 일본 다큐멘터리 ‘엔딩 노트’다. ‘아무르’는 2만, ‘엔딩노트’는 1만 명을 각각 넘어섰다. 수백만 명씩 동원하는 영화에 비하면 작은 수치지만, 30개관 미만에서 개봉하는 ‘다양성 영화’의 흥행으로는 큰 성과다. 특히 ‘아무르’는 개봉 11일 만에 2만 명을 돌파해 다양성영화로는 놀라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죽음을 소재로 했고 그래선지 객석에 유난히 중장년층 관객이 많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여기저기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도 들려온다.



 타임과 뉴욕타임스가 뽑은 ‘2012년 최고 영화’이기도 한 ‘아무르’는 노부부의 마지막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제목이 프랑스어로 사랑이지만 사랑 대신 삶 혹은 죽음을 넣어도 된다. 음악가 출신의 조르주와 안. 어느 날 안에게 마비증세가 찾아온다.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안의 부탁에 조르주는 직접 아내를 돌본다. 안은 음식을 거부하고, 조르주는 딸에게도 무너져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침내 조르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도입부를 제외하고는 시종 두 사람의 아파트 안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극적 기교 없이 두 사람에게 집중한다. 한때 세기의 미남이었던 장 루이 트랭티냥, ‘히로시마 내 사랑’의 눈부신 히로인 엠마누엘 리바. 80대가 된 두 배우의 늙고 주름진 모습을 스크린 가득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가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병마와 죽음 앞에서 인간적 위엄을 지키려는 노부부의 모습은 단순한 사투를 넘어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완성임을 깨닫게 한다. 70세 거장 감독의 통찰이다. 일체의 허식 없이 삶과 죽음을 관객 앞에 냉정하게 던져놓아 불이 켜지고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엔딩 노트’의 죽음은 좀 더 밝다.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다 시한부인생을 통보받은 60대 아버지가 죽음을 인생 최후의 프로젝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아버지는 장례식 절차 등을 꼼꼼히 정리한 엔딩 노트를 쓴다. 2011년 일본 개봉 후 부모가 스스로 혹은 자녀들과 함께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붐이 일었다.



 한때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톱스타 가족이 모두 자살로 세상을 마감했다. 연예계에 유례없는 비극적 가족사에 대중도 충격에 빠졌다. 연이어 자살을 택한 속 깊은 사연이야 알 길 없지만, 우리는 그간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매진하느라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준비는 없었던 것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앞의 영화들은 잘 죽는 인생이야말로 잘 산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최후의 풍경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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