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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건강하려면 금연’ 나이 들면 다들 안다…시작할 그때 알았어야 했다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술과 담배. 궁금한 게 참 많다. 술은 어른과 같이 마셔도 담배는 그럴 수 없는 이유. 술은 자기 배 속에 집어넣는 반면, 담배는 입속에 넣었다가 뱉어내고, 또 뱉어낸 그 공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옆사람들 콧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의식주 비용에 비해 서민들의 기호식품인 술, 특히 소주와 담배 값이 외국에 비해 엄청 싼 이유. 그것도 궁금하다. 미국에선 달러 한 장 가지고 소주 한 병 마신 만큼 취할 수도 없고, 담배 한 갑의 가격이 페트병만 한 통에 담긴 우유를 4병이나 살 만큼 비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민들 힘들 때마다 마음껏 즐기라는 뜻인지 상대적으로 값이 매우 싸다. 설마 그걸 복지라고 우기진 않겠지만 말이다. 부담 없는 가격 탓에 누구나 시작하기 쉬운 술과 담배.



 술도 술이지만 시작하면 좀처럼 끊기 힘든 건 담배다. 그 점에서 볼 때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이나 담배나, 중독의 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다 비슷비슷한 마약이다. 그걸 뻔히 다 알면서도 담배는 ‘시침 뚝 떼고 세련되고 깔끔하게 포장해서’ 광고까지 해가며 팔고 있고, 우유주사는 ‘판 사람, 맞은 사람 다 잡아들이면서’ 중독되면 큰일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우유주사는 잡아들이고 담배는 여전히 광고까지 하고. 들어오는 세수(稅收)의 규모가 달라서인가, 대상이 달라서인가.



 ‘건강하려면 금연.’ 나이 들면 다들 알게 된다. 시작할 그때 알았어야 했다. 청소년 시절, 어른 흉내 낸다며 멋모르고 시작한 담배. 시작하면 평생 끊기 힘들다는 걸 그 나이에 알 리도 없고. 담배 가게 여건상 철저하게 나이 확인하며 팔기도 힘들고. 그렇다면 담배에 붙는 세금을 대폭 인상해 담배 가격을 미국 수준까지 확 올리는 ‘금연정책’은 어떨까. 돈 있는 흡연자들이야 가격에 상관없이 여전히 담배를 찾겠지만 돈에 민감한 흡연자들, 특히 청소년들은 쉽게 시작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줄어든 수요로 세수가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길 터인데, 금연이 확산되어 국민이 건강해지면 건강보험 지출이 줄어들 터이니 매한가지일 거다. 설령 담배 가격의 인상이 흡연 수요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지라도 세수는 늘어나므로, 최근 ‘갑자기 늘어난 복지예산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순간. 컴퓨터책상 밑으로 정신없이 기어 다니며 초조하게 뭔가를 찾아 헤매는 남편. 전자담배를 찾는 모양이다. 저 모양이, 우유주사 맞으러 병원마다 구걸하고 또 몰래 훔쳐서 맞고 하는 것과 뭐가 그리 다른가. 지금도 가게에선 계란라면 한 그릇 값이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고,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중딩·고딩’들이 낄낄거리며 담뱃불을 붙여대고 있다. 머지않아 저들도 책상 밑을 정신없이 기어 다니며 초조하게 담배 찾아 헤맬 거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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