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앙시평] 박근혜 정부의 2인자가 될 당신에게

중앙일보 2013.01.07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먼저 승리를 축하합니다. 인수위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제 새 정부의 국정 방향 가닥도 하나 둘씩 잡혀 나가겠지요. 나라를 운영하는 주역은 물론 당선인이지만, 당신을 포함해 그간 선거 승리를 위해 힘써왔던 이들 또한 다음 5년을 고민하고 있을 줄로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특히 당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몇 글자 전해두고자 합니다.



 당선인께서는 선거기간 내내 ‘위기극복 대통령’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죠. 현재 상황이 위기국면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하지만, 이 위기를 관리해낼 분명한 그림을 갖고 계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습니다. 위기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평화의 위기’입니다. 일단 전쟁이 나면 행복이든 성장이든 복지든 통합이든,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삼은 모든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지만 “철통같은 안보”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과 한·미 동맹이 불안정한 평화를 관리해 나갈 수는 있어도 영구적이고 안정된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급적 조속히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조건에 얽매이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우선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으십시오. 평양의 눈으로 보자면 당선인은 그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대화 상대입니다.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포함해 5·24조치의 틀을 뛰어넘는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 과감한 민간교류를 밀고 나가십시오. ‘박근혜=평화 대통령’이란 등식이 역사에 남으려면 주변 여건과 국내 정치의 파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충언을 다하는 당신의 뚝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축적과 배분’의 위기 또한 심각합니다. 당선인께서 ‘민생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선택했던 것도 이 때문 아닙니까. 창조적 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고 ‘잘살아 보세’의 신화를 재창출하겠다는 비전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경제운용의 최전선에서 보좌할 당신은 보다 겸허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장밋빛 전망보다는 험난한 행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솔직히 밝히고, 경제 주체 모두가 희생정신을 공유해야만 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는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먼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장기침체 국면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을 필두로 한 브릭스(BRICs) 경제권의 조짐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차기 정부 임기 동안 연평균 3% 성장률을 달성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양극화의 덫에 갇혀 있는 한 국내 수요 진작도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분배 쪽 사정은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일자리 창출 전망도 밝지 않을뿐더러 증세 없는 복지공약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경제민주화의 과감한 추진 없이 ‘중산층 70% 복원’ 공약이 가능할까요. 당선인이 이러한 경제 현실을 냉정히 복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당신의 임무입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통합의 위기’를 극복해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당선인이 천명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해, 이른바 탕평책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뜻이 맞는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국정운영을 잘해 나가면 됩니다. 문제는 지지세력에는 사적 이익을, 상대세력에는 징벌을 안기는 정치논리에 있습니다. 가치와 이익이 다르다고 해서 48%를 적대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국정의 파트너로 대하십시오. 그게 통합의 첫 수순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증오를 부추김으로써 결국 제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을 찾아내 척결하는 일은 당신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끝으로 정통성의 위기에 주목하십시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말에 이르러 ‘저주받은 대통령’이라는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실추된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하고 정통성 위기의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또한 정권 핵심은 물론 친인척의 권력남용과 부정부패가 없도록 자리를 걸고 견제하는 일 역시 당신의 임무입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해고 노동자 및 언론인,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 미결과제로 남아 있는 사회갈등의 현장을 찾아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대쪽 같은 고언만이 당선인을 상식과 순리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열쇠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