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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1월의 주제] 작심일년, 인생공부

중앙일보 2013.01.05 00:37 종합 27면 지면보기

2013년 벽두, 근사한 계획을 세우셨나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1월의 주제는 ‘작심일년, 인생공부’입니다. 돈과 여행, 죽음 등 우리 존재의 뿌리를 파고들며 삶의 변화를 권고하는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올 한 해 우리들 곁에 두고 찬찬히 음미할 책들입니다.



돈과 좋은 관계 맺기, 어렵지 않아요





인생학교-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

존 암스트롱 지음

정미우 옮김, 쌤 앤 파커스

263쪽, 1만2000원




참 근사한 책이다. 우선 원제가 ‘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How to worry less about money)’이니 정말 솔깃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다면,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고도 우리 대부분이 시달리는 돈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번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자 철학자인 지은이의 설명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확실히 ‘돈 걱정’은 일단 덜 수 있다. (참 이상하긴 하다,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는 철학자라니.) 돈 버는 방법이나 재테크 노하우를 일러주어서가 아니다. ‘돈 걱정’과 ‘돈 문제’는 서로 다른 것임을 일깨워주는 덕분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우리는 돈 문제와 돈 걱정을 혼동한다. ‘문제’는 긴급하다. 자동차 보험료나 오른 전셋값을 낼 돈이 없을 때 생긴다. 반면 ‘걱정’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돈이 행복을 보장하는지, 혹은 돈을 벌면서 신념을 지킬 수 있는지 등 ‘상상’이나 ‘감정’과 관련돼 있다. 그리고 ‘어떻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앞서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돈을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의 문제로 보는 것이 현대인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훈련’은 특정 업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성실히 수행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인 반면 ‘교육’은 그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가치관이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돈에 관한 훈련이 아니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보면 철학자의 사변적 논리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돈을 신격화하는 것 못지 않게 돈을 자본주의란 부당한 시스템의 일부로 여기는 칼 마르크스나 속물들을 위한 사악한 존재라 경멸하는 이들 모두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대신 돈과 ‘좋은 관계 맺기’를 파고드는 건강성이 돋보인다.



 예를 들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돈이 증가함에 따라 ‘잘 살 가능성’이 계속 커진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식이다. 물론 여기서 ‘잘 산다’는 것은 자신에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동참해 마침내 진짜 열망하는 것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살면서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려면 먼저 ‘나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 돈 외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목표에 접근하는 데 돈이 기여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그런가 하면 ‘경제학 수업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라 해서 적은 돈으로 신나게 사는 사람들의 비밀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사물이나 생각, 사람의 본질에 대해 살피는 ‘유행에 따르지 않기’ 자신만의 ‘뛰어난 취향 갖기’ ‘창조적으로 생각하기’가 그 비법이란다.



 이와 함께 자동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단서를 붙여 ‘소유로부터의 자유’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훌륭한 통찰’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독립심’을 가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응원해주기도 한다.



 돈에 관한 색다르고도 유익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 책은, 실은 배경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책이다.



 그는 2008년 런던에서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란 캐치프레이즈로 ‘인생학교’를 열었는데 그 강연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섹스·정신·시간·세상 등 시리즈의 다른 책에도 손이 갈 것이다. 장담한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예일대의 ‘죽음학’강좌 … 죽음은 육체의 종말일 뿐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520쪽, 1만6800원




‘나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따라서 나도 죽는다.’ 학창시절 배운 삼단논법 관련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례다. 논리적으로 인간인 이상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죽지 않을 수 없을까’라는 불가능의 꿈을 꾸는 게 또 인간이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영생(永生)을 얘기하는 게 인간의 본능적 역설이다.



 때문에 죽음은 고대부터 주요한 철학의 주제였다. 셸리 케이건 미 예일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서양철학사에서 플라톤 이래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부단한 논의를 펼쳐 보인다. 일종의 ‘죽음 철학 개론서’다. 예일대 지식공유 프로젝트인 ‘열린 예일강좌’(Open Yale Course)의 하나로, 1995년부터 17년간 해온 강의를 책으로 펴냈다.



 죽음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죽음에 대한 관점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이원론(Dualism)과 물리주의(Physicalism)다. 이원론은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물리주의는 인간이 육체로만 이뤄졌다고 본다.



 이원론이 비교적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관점이다. 내 육체가 죽은 후에도 영혼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다소나마 해소해주기 때문에 선호된다.



 반면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 물리주의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론이다. 저자는 물리주의를 옹호한다. 인간을 일종의 기계처럼 보지만,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사랑하고, 꿈꾸며, 창조적인 일을 계획하는 ‘놀라운 기계’로 규정한다. 대개 인간의 정신활동으로 간주되는 모든 일도 육체의 기능으로 설명된다. 이 관점에서 죽음이란 신비스러운 미스터리가 아니라 다양한 육체 기능의 종말일 뿐이다.



 독자 입장에선 이원론과 물리주의 중에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죽음을 매개로 서양철학 흐름을 개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죽음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일은 결국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임을 잊지 않게 한다.



배영대 기자



멕시코로, 인도로, 과테말라로 … 여행의 시작은 질문



여행의 사고 1·2·3

윤여일 지음, 돌베개

각 권 352~400쪽

각 권 1만8000~2만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이 속담을 마주하면 괜스레 엉덩이가 들썩여진다. 세상은 넓고 아는 것은 많은데 사는 곳은 좁지 않은가. 여행은 글로벌시대 소시민의 갈증을 없애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그렇게 많은 한국인이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네 명 중 한 명 꼴이다. TV나 책에서 보던 장소를 방문하며 일상탈출의 흥분을 만끽한다. 떠나고 보고 돌아오는 것만으로 생이 충만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은 까다롭다. 꺼리는 여행과 원하는 여행이 분명하다. 경치나 풍물을 눈에 발라가며 관광객의 시선에 머무르는 여행, 꼭 이곳이 아니라 저곳을 다녀왔어도 되는 여행은 싫다고 말한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의 연구원인 저자는 물음을 안기는 여행, 깊이로 사고하는 여행, 자기로의 여행을 꿈꾼다. 그래서 낯선 곳에 갔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사고의 탄성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여행의 사고는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낯선 길 위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질문은 철학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한 지역의 역사를 세세하게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저자는 문득 과테말라 파나하첼에서 거리축제를 보다가 “한데 어울려 즐기다가도 카메라만 들면 홀로 상황 바깥으로 나와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이 느껴지는 그 불편함은 무엇이었을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긴 사유 끝에 “나는 그들의 모습을 챙겨 오지만 내게는 그 행위에 관해 그들에게 답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답한다.



 과테말라 시티에서 1박2일간 머물면서 느꼈던 불편함의 실체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 이유로 총기소지가 허락된 나라 상황을 꼽고, 그 내력을 파헤치기 위해 과테말라의 근·현대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이론 공부에만 몰두하다 장소 읽는 훈련을 하기 위해 2007년부터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멕시코·과테말라, 인도·네팔, 중국·일본에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유하려 했던 저자의 노력이 세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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