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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죄로 퇴출될 뻔했던 GOD 박준형, 한고은

중앙일보 2002.01.31 17:35

연예인은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걸까. 인기 그룹 god의 맏형 박준형과 모델 출신 탤런트 한고은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지난 한 달을 악몽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서로 공개적인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이 시련을 맞은 건 지난 9월 초.

박준형의 소속사가 한고은과의 교제로 그룹 활동을 소홀히 했다며 박준형의 퇴출을 거론하면서부터이다. 박준형은 god가 미국 체류시 팀을 이탈, 몰래 귀국해 한고은의 생일파티에 참가하고, 홍콩에서 펼쳐진 앙드레 김 패션쇼에 소속사 몰래 한고은을 따라가는 등 돌출 행동으로 소속사를 당황케 했다.

이에 god의 소속사는 지난 9일, 박준형을 퇴출한다고 발표했었다. 팀워크가 중요한 그룹에서 개인적인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소속사의 결정은 박준형뿐만 아니라 god의 팀 해체설로 이어지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라는 점 외에도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박준형과 한고은은 모두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연예계 데뷔를 위해 성인이 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한국어 발음과 어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사고방식 역시 미국식. 남 앞에서 말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다.



그런 솔직함이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데 걸림돌이 될 줄은 그녀도 박준형도 몰랐을 것이다. 이성교제와 스캔들을 동일시하는 모국의 연예계는 두 사람의 솔직한 사랑을 거의 날마다 도마 위에 올렸다. 스캔들이 있는 연예인은 방송, 광고 출연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 팬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아 이들은 축복보다는 질투와 시기를 더 받아야 했다. 팬들이 원연예계의 현실.

하지 않는 연예인 커플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걸까. 일부 극성 팬들은 박준형의 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고은을 노골적으로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교포 출신 연예인 개방적이고 솔직한 성격도 똑같아

솔직하고 건강한 교제를 원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소속사의 ‘박준형 god 퇴출’ 발표 이후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연인 박준형의 god 퇴출 소식이 보도된 지난 10일, 한고은은 모든 연락을 끊고 사라져버렸다. 전화 연락은 물론 자신의 매니저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고 잠적한 것. 이 때문에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주말 드라마 스태프들에게 한동안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사건 직후 기자 역시 한고은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한고은은 이 일은 박준형과 소속사의 문제이므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한고은의 소속사 역시 자사 연기자가 관련된 일이지만, 함부로 입장 표명을 했다가는 박준형과 god 소속사인 싸이더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박준형 역시 퇴출 소식 이후 잠적, 소속사와 다른 팀원들과 연락을 끊어버렸다. 한때 박준형은 한고은이 출연 중인 주말드라마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의 촬영 현장에 나타나 한고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접근하자 자신의 승용차로 급히 사라지고 말았다.

god 소속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어지기 시작한 지난 13일 오후 god 나머지 멤버 4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부터다. 소속사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자회견을 마련한 4명의 멤버는 소속사의 퇴출 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팀의 맏형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멤버들은 박준형을 퇴출하면 자신들도 활동하지 않겠다며,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한 가족인 박준형을 버릴 수 없노라고 밝혔다. 박준형의 돌출 행동에 다른 멤버들도 실망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이들은 한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맏형 박준형과 한고은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한 5시간 후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박준형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누나와 함께 동행한 그는 회견장에 앉자마자 평소 그답지 않게 설움에 복받쳐 울먹이기 시작했다. 팀 결성 초기 일산 지하 연습실에 살며 고생하던 이야기로 말문을 연 그는 고민이 많았지만 형으로서 자존심 때문에 감추어 왔었다고 말했다.

돌출 행동에 대해서는 미국에 계신 어머니를 한국으로 데려와 암수술을 받게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며, 한고은과의 밀월여행 보도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이미 32세인 자신이 여자친구를 사귀는 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억울해했다. 기자회견 중 박준형은 그동안 자신이 당한 수모가 억울했는지 시종 눈물을 흘렸으며, 옆에 있던 누나 역시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울었다.

박준형의 눈물 기자회견이 있은 이틀 후, 한고은이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생방송 연예가 중계’ MC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생방송 도중 박준형의 기자회견 장면이 나오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연예정보 프로그램 MC로서 연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은 한고은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KBS는 청사 내 기자 출입 금지라는 상식 밖의 조치까지 취해가며, 출연자인 한고은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금지시켰었다.

박준형 눈물의 기자회견 열어 한고은도 생방송 도중 눈물 흘려


god 나머지 멤버들의 기자회견, 박준형의 눈물 기자회견에 이어 TV를 통해 한고은이 울고 있는 모습이 나가자, 박준형-한고은 커플에 대한 동정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박준형의 돌출 행동에 초점을 맞추던 언론보도도 차츰 소속사가 너무 지나쳤다는 쪽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자 지난 9월 18일, god의 소속사 싸이더스는 나머지 멤버들과 팬들이 박준형의 재합류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박준형의 퇴출을 번복하고 나섰다.

9월 한 달 연예계를 시끄럽게 했던 박준형-한고은 커플의 사랑의 비극은 이것으로 일단 끝난 듯싶다.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고 눈물만 흘려야 했던 두 사람은 이제 곧 다시 미소를 되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우리 연예계의 성숙치 못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로 남을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준형의 퇴출-나머지 멤버 기자회견-박준형 기자회견-소속사의 퇴출 번복’이 이슈메이킹을 위한 god 소속사의 정해진 시나리오라는 설이 돌고 있다.

소속 가수를 퇴출한다고 했다가 팬들과 팀원이 원하니 다시 받아들인다는 소속사의 불분명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화제의 두 주인공 역시 공인으로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깊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한 음료수 광고 카피를 연상케 하는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 박준형-한고은 커플. 광고 카피처럼 제발 두 사람이 사랑하게 그냥 놔두었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의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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