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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나온 김정은, 청중 안보이는데 어디선가…

중앙일보 2013.01.02 00:20 종합 10면 지면보기
25분간의 신년사 TV 연설에 20차례가 넘는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청중의 모습은 없었다. 1일 오전 9시5분쯤부터 조선중앙TV로 나온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연설은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친애하는 동지들!”이라며 A4용지 9장 분량의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서너 문장마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나왔지만 당 간부나 주민들은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 박수 때마다 빠짐없이 연설장인 평양 노동당 청사의 눈 덮인 사진으로 대체됐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 연설을 미리 녹화한 뒤 사이사이에 박수 효과음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TV 나와 직접 낭독 … 김일성 따라하기
청중 안 보이는데 20여 차례 박수소리

 7개의 마이크가 놓인 연설대에 선 김정은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처음 몇 문장은 카메라를 보면서 읽더니 곧장 머리를 숙인 채 연설문만 쳐다봤다. 지난해 4월 15일 첫 공개연설 때처럼 몸을 좌우로 흔들고 어수선한 태도를 보였다. 노동당기와 당 마크가 크게 새겨진 단상을 부각시킴으로써 당 제1비서로서의 ‘권위’를 선전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김정은은 연설 초반 자강도 희천발전소 완공을 지난해 경제 건설의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일각에서 김정일이 희천발전소 부실공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했고, 김정은이 준공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란 설이 나돌았다”며 “김정은이 이 발전소를 대표건설물로 극찬한 점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주를 정복한 위성과학자’ 등의 대목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표정이었지만, 경제 문제 등은 강조점 없이 속도만 빨랐다.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읽은 건 김일성 통치술을 따라 배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일성은 1946년부터 91년까지 신년사를 생중계로 읽었고, 이후 94년까지는 녹화를 해 방영했다. 대중연설을 꺼린 김정일은 공동사설로 대체했다.



 김정은은 1일 0시 부인 이설주와 핵심 간부, 평양 주재 외교사절 등과 모란봉악단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음악회 개최와 신년사 낭독으로 김정은이 체제를 정상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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