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와대 대문 일본식 비판에…" 괴소문 충격

중앙일보 2013.01.02 00:17 종합 12면 지면보기



청와대 대문에 일본식 석등 논란
정문 세우고 옆에 등롱 배치 “전형적인 일본식 신사 유형”
창덕궁 석등은 논란 끝 철거, 일부 “근대양식일 뿐” 의견













청와대 시화문(청와대 경호처 방문자 전용 출입구)①과 일제강점기 때 서울 남산에 있던 옛 조선통감부 정문②의 모습. 두 곳 모두 문을 세운 뒤 양 옆에 석등을 배치했다. 일제강점기 때 창덕궁 돈화문 옆에 설치된 석등③(철거)과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 정문④(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건립 자리, 철거 예정)의 석등도 청와대 석등과 모양이 비슷하다. [이승호 기자, 중앙포토]





청와대는 지난달 말 행정동 본관 앞 대문에 설치된 석등의 일부를 떼어냈다. 이를 두고 “석등이 일본식 양식이라는 비판을 받자 청와대가 철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석등은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얼마 전 버스가 석등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 보수를 위해 잠시 내려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등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어 관련 기관 및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일본식 석등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단순한 근대 양식이란 해석도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 석등은 지난해 2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가 일본 신사의 양식과 비슷하다고 지적한 후 ‘왜색(倭色)’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 석등과 비교되는 것은 야스쿠니 등 일본 신사와 사찰에 자리한 석등이다. 일본 신사는 일반적으로 ‘도리이(鳥居)’라는 정문을 세우고 그 옆에 ‘등롱(燈籠)’이라고 불리는 석등을 배치한다.



혜문 스님은 “청와대 대문은 전형적인 일본식 신사의 유형”이라며 “남산에 있었던 옛 조선통감부 정문과 조선신궁 대문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그동안 “석등은 일본 신사 양식이 아닌 정문을 밝혀주는 문주등”이라며 “1960년대 중반 정문 건립 당시에도 일본식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시내에선 청와대 석등과 유사한 모양의 일본식 석등이 주요 유적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속속 철거됐다. 가장 먼저 창덕궁 입구에 설치돼 있던 석등 3기가 지난해 2월 철거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석등이 일본식이란 문제 제기가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7월엔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에 있던 석등 6개도 사라졌다. 서울메트로 측은 “석등이 국보 17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석등을 본떠 만들었지만 석등 배열이 일본 신사의 참배길과 유사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철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서울 소격동 일대 옛 기무사 터에 공사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부지에 있던 옛 기무사 정문의 돌기둥도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개관 전에 정문 기둥을 철거한 뒤 석등 양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미술관 내에 따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조선에서도 절이나 묘 등 죽은 자를 위해 석등을 배치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현 청와대 자리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일부였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조선총독부는 이 자리에 총독관저를 지었다. 이로 인해 학계 등에선 청와대의 양식이 일본식 조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혜문 스님은 “청와대 정문은 나라의 얼굴”이라며 “일본 양식과 유사하다는 논란을 없애려면 청와대 춘추관 대문 같은 전통양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련 자료와 논란이 되는 쟁점 등을 정리해 차기 정부에 넘겨 철거 여부를 결정하게 할 계획이다.



◆ 일본식 석등 = 돌기둥 위에 지붕 모양의 등을 얹어 놓은 모양으로 일본의 전통 사찰·신사에 존재한다. 일본 신사에선 보통 도리이(鳥居)라고 불리는 문을 세우고 그 옆에 석등을 배치한다. 신사 내 참배길에도 석등 여러 개를 일렬로 배열한다. 우리나라에도 석등은 있지만 모양이 일본식과 다르고 보통 1~2기만 세우는 것이 전통이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