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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근혜와 진영

중앙일보 2013.01.02 00:15 종합 34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진영이 박근혜와 인연을 맺은 건 대표 비서실장이 되면서다. 2004년이다. 유정복 등 비서실장 출신들과 복심으로 분류됐다. 그런데도 진영은 친박계 핵심은 아니었다. 성격상 적극적이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티가 많이 났다. 친박이라더니 캠프 사무실에 얼굴이 안 보였다. 캠프엔 항상 친박들이 버글버글했는데 말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경선에서 진 다음날 오전, 초상집 같은 캠프로 그가 들어왔다. 그 순간 한 출입기자가 “의원님, 여긴 웬일이세요”라며 ‘면박 아닌 면박을 줬다. 그때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그게 소신이라고 한다. 의원이 대선 캠프에 드나들며 선거운동을 하는 건 아니란 거다. 그 후 결국 친박계를 이탈한다.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들과 부딪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선 공천 문제를 두고 갈등하면서였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선 적도 있다. 그는 2011년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경률의 러닝메이트로 나선다. 안경률은 친이계 수장인 이재오와 막역했다. 당시 박 당선인의 의중이 황우여-이주영 조에 있었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2010년 6월에는 박 당선인이 세종시 원안 고수로 정치적 생명을 걸었지만 그는 수정안에 찬성했다. 주변에선 정치적 결별로도 해석했다. 그런 기억들을 뒤로하고 인수위 부위원장이 됐다. 김용준 위원장은 상징적 성격이 강해 그의 역할은 더 커 보인다. 현재로선 인수위 핵심 실세가 그다.



 박 당선인이 그를 이처럼 신뢰하는 이유는 뭘까. 측근들 사이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박 당선인은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중 어떤 이는 면담시간을 훌쩍 넘겨 박 당선인을 잡고 있을 때가 많다. 이때 해결사가 바로 진영이란다. 급히 그를 투입하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평의원 시절 외국 인사를 접견할 때 배석자로 자주 찾은 이도 그였다. 이는 박 당선인이 그를 신뢰하고 편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한구의 러닝메이트로 나섰을 때 선거 전날 그의 지역구(용산)를 찾아 봉사활동을 한 것은 남다른 배려로 여겨진다. 두 사람의 심성이나 태도가 닮은 것도 박 당선인이 편하게 여기는 이유일 게다. 둘 다 온화하고 깔끔한 편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열정적이기보다 신중하고 침착하다. 거기다 입이 돌처럼 무거운 것까지….



 두 사람 얘기를 하다 보니 진영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박 당선인은 그의 드나듦을 배신이나 변덕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가 어디 있든 사람만 봤다. 그도 당선인을 위해 애썼겠지만 표면적으론 받은 게 더 많아 보인다. 인수위의 성패는 누구보다 박 당선인에게 중요한 과제다. 거기다 그는 ‘박근혜 용인술’이 성공할지 아닐지를 가르는 한 케이스가 돼 버렸다. 계파를 가리지 않는 인사스타일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그에게 달린 거다. 그가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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