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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암컷 바람폈나 새끼 DNA분석하니

중앙일보 2013.01.02 00:14 종합 14면 지면보기
2005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암컷 반달곰(RF-18)이 지난해 1월 지리산에서 낳은 수컷 새끼 곰 두 마리의 모습. 오른쪽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2년 10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러시아에서 시집온 암컷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토종 반달가슴곰 수컷과 만나 연분(緣分)이라도 맺은 걸까.

지리산서 태어난 반달곰 ‘아버지 미스터리’
러시아산 암컷 작년 2마리 출산
유전자 분석하니 그중 1마리
방사 수컷들과 전혀 다른 혈통
야생 토종 반달곰일 가능성 커



 지난해 1월 지리산에서 태어난 새끼 반달가슴곰 네 마리 중 한 마리의 ‘아버지’가 토종 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새끼 곰들의 혈통을 분석한 결과다. 토종 야생 반달가슴곰이 여전히 지리산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공단에 따르면 이들 새끼 곰 가운데 두 마리는 2005년 러시아에서 도입해 방사한 어미(RF-18) 곰이 지난해 1월 낳았다. 나머지 두 마리는 공단이 2007년 서울대공원으로부터 기증받아 방사했던 북한산 어미(KF-27) 곰이 낳은 것이다.



 공단은 새끼 곰 중 수컷 세 마리의 털(모근)과 배설물을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RF-18이 낳은 새끼 중 한 마리는 같은 해 러시아에서 도입한 수컷(RM-19)의 새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RF-18이 동시에 낳은 나머지 한 마리는 부계 혈통을 확인하지 못했다. 공단 측은 2004년 이후 지리산에 방사한 곰의 유전자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고 있지만 일치하는 게 없었다. 대만이나 일본 등지에서 주로 들여온 사육곰이 탈출해 지리산에 살고 있을 가능성도 살펴봤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방사한 러시아 암컷 곰이 토종 수컷 곰과 짝짓기해 새끼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국내 토종 야생곰은 반달가슴곰이 유일하다.



 공단 생태복원부 양두하 과장은 “암컷 곰이 여러 수컷 곰과 교배한 뒤 부계 혈통이 다른 새끼를 한꺼번에 출산하는 사례가 외국에서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며 “5~7월에 교배한 암컷 곰은 몸속에 수정란을 갖고 있다가 겨울에 접어들 때 자궁에 착상하고 동면 중에 새끼를 낳는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불곰의 경우 어미 30마리 중 네 마리가 아버지가 다른 새끼 곰을 동시에 출산했고, 미국 흑곰의 경우 어미곰 일곱 마리 중 두 마리가 서로 다른 수컷 곰의 새끼를 함께 출산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리산에 토종 야생 곰이 살아 있다는 증거는 그동안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00년 공단은 배설물이나 나무에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지리산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같은 해 진주MBC에서 무인 카메라로 반달가슴곰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 2002년 10월 공단도 야생 곰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공단은 지리산 토종 곰 숫자가 최대 5마리 정도여서 20∼3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판단하고 종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지리산에는 방사한 곰 18마리와 지리산에서 태어난 8마리 등 26마리가 살고 있다.



 한편 KF-27이 낳은 두 마리 새끼 가운데 한 마리 역시 러시아산 수컷 RM-19의 새끼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한 마리는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지 못해 부계 혈통을 밝히지는 못했다.



 양 과장은 “지난해 태어난 새끼 중 절반인 두 마리가 러시아산 수컷 RM-19의 혈통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달가슴곰을 추가로 도입해 방사하지 않으면 근친교배에 의해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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