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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하다 10년만에 가게 … “최상품으로 인심 얻어 50년 이어왔죠”

중앙일보 2012.12.28 04:00 6면 지면보기
50년 동안 삼일상회라는 야채가게를 운영한 김춘월 할머니.



전통시장을 지키는 사람들 - 삼일상회 김영기·김춘월 부부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가게도 없이 길가 좌판에서 야채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50년 전이다. 도매상에서 물건을 받아다 좌판에서 소매로 조금씩 판매를 했다.



오이·상추·배추·풋고추 등이 주로 판매하는 품목이었다. “그 시절이 좋았다”는 김춘월(74) 할머니. 비록 가게가 아닌 좌판이지만 같이 장사하는 이웃과 유대도 좋아서 밥도 같이 나눠먹고 장사도 봐주고 손님도 안부를 묻는 등, 정이 있던 시절이었다고.



남편(김영기·75)과 정말 열심히 일했다. 조금씩 돈이 모여 좌판을 시작한지 10여 년 만에 ‘삼일상회’라는 상호로 야채가게를 열었다. 김 할머니는 “막상 내 가게다 생각하니 꿈 같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좌판에서 시작해 가게를 열만큼 성공한 것은 좋은 물건 하나만큼은 최상품을 구비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비록 좌판이지만 물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꾸준히 좋은 물건을 취급하다 보니 찾아오는 고객뿐 아니라 배달주문도 크게 늘었다. 가게규모나 취급 품목 수나 양도 늘었다. 그만큼 매출도 뛰었다.



몇 년간 돈도 벌고 자식들도 부모 힘들게 하지 않고 잘 자라주었다. 모든 것이 순탄했다. 자식이 사업을 해보겠다고 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부모로서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잘 되는 줄 알았던 자식의 사업이 IMF로 부도를 맞으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삼일상회도 문을 닫게 됐다. 40년의 노력과 땀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한동안 실의에 빠졌지만 손주들과 함께 살아야겠기에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큰 가게가 아닌 좌판보다 조금 나은 2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구해 야채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지만 열심히 했다. 옛날 삼일상회를 기억하는 고객들이 찾아오고 새로운 고객들도 찾아주면서 조금씩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 할머니는 “시장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며 여전히 좋은 상품을 구입해 소량씩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가 다 건강이 좋지 못하다. 김 할아버지는 장애 3급을 받았고 김 할머니도 잦은 병고로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 몸이 옛날 같지 않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무릎이 시려 장사하기가 힘들다”는 김 할머니. 찬바람을 이겨낼 무기는 작은 난로와 두꺼운 옷이 전부다.



김 할머니는 “비록 좌판이나 다름없는 가게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물건을 적절한 가격에 드리고 있는데 노점상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때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서운해 했다. 그래도 김 할머니는 “삼일상회라는 상호를 가지고 지금까지 50년을 보낸 것에는 후회가 없다”며 “매일 찾아주는 손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의 041 532 6669



글·사진=조명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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