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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매수 허용 땐 돈 많은 후보로 단일화 우려”

중앙일보 2012.12.28 01:03 종합 8면 지면보기
공직선거법의 ‘사후매수죄’ 조항은 곽노현(사진) 전 서울시 교육감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생소한 죄목이었다. 검찰이 곽 전 교육감을 기소하면서 법 제정 이후 처음 이 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치열했다. 대법원이 지난 9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법학교수 출신인 곽 전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인정머리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10월 10일 옥중에서 측근을 통해 트위터에 “사후매수죄 조항은 명백하게 위헌. 어떻게 결정 나는지가 헌재의 중립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곽노현 처벌 조항 합헌
당선무효 가능한 형량도 “과도한 처벌로 볼 수 없어”

 사후매수죄는 공직 선거의 후보자를 사퇴한 것에 대한 대가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금전이나 자리를 제공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다. 사후매수죄의 위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후매수죄 조항의 명확성을 문제 삼았다. 해당 법 조항만으로 무엇을 금지하는 것인지, 어디까지 금지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곽 전 교육감 측은 “사후매수죄 조항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53년 만에 처음, 일본은 46년 동안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이를 적용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7일 사후매수죄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사후매수를 허용할 경우 선거 과정에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에서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 단일화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한 대가성 금전 제공이 횡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단일화 논의가 사퇴자에 대한 선거비용 보전 등 금전과 관련되는 경우 자칫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비용 보전이 합법적으로 형성된 정책연합의 합의사항 실행을 위해 통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거나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대가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금전 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선거 공정성을 저해하거나 대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금지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 금전 제공 의사를 갖게 된 경우 사퇴 이전 금전 제공과 마찬가지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게 한 법정형 역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금권을 이용해 경쟁 후보자의 피선거권 행사를 사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뜨거웠던 논란을 반영하듯,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도 3명이나 됐다. 송두환·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사후매수죄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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