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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가출 청소년 10만 명에 쉼터 수용 인원은 1000명

중앙일보 2012.12.28 00:57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민상
사회부문 기자
24일 밤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인근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 어깨를 잔뜩 움츠린 청소년들이 있었다. 광장에 주차해 있는 노란 버스를 찾아온 중·고생들이었다. 청소년 지원단체 ‘위드프랜즈’에서 운영하는 이 버스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간이 쉼터와 상담실을 갖추고 있다.



 인근 파출소에선 “영등포역 주변에 노숙자는 많아도 가출 청소년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하루만 20여 명의 청소년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을 ‘노란 버스’로 이끌어온 것은 과거에 가출을 경험했던 청소년 자원봉사자 16명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골(담배를 피울 수 있는 으슥한 골목을 지칭하는 은어)’을 샅샅이 뒤져 가며 가출한 또래를 찾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해마다 약 2만 명의 청소년이 가출한다. 부모나 이웃이 신고한 건수만 그렇다는 얘기다.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치면 가출 청소년은 연간 약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학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영등포역 인근 파출소가 그랬듯이 경찰은 가출 청소년이 자주 모이는 장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청소년들이 직접 가출한 또래들을 찾아나섰겠는가.



 정부 차원의 대응책은 더 허술하다. 전국에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는 92곳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많아야 1000명 안팎의 청소년만 수용할 수 있다. 연간 10만 명의 청소년이 가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겨우 1%만 사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쉼터에 들어가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쉼터의 관리 교사는 고작 400여 명에 불과하다. 현장 교사들은 “24시간 관리 체계이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부실한 관리 때문에 가출 청소년들이 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뛰쳐나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가출 청소년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가정폭력 등으로 집에서 등을 돌린 청소년들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 가출 청소년 가운데 25%가 성매매 경험을 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 독일 정부가 주요 기차역마다 청소년 쉼터를 마련해 가출 청소년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가 있다. 우리 정부도 더 이상 가출 청소년 문제를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당장 연간 81억원에 불과한 청소년 쉼터 예산부터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올 겨울방학을 맞아 많은 청소년이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맬 것이다. 이들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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