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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극화, 다른 시각 다른 해법

중앙일보 2012.12.28 00:57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성민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내년 G20의장국 러시아에서 개최된 G20 싱크탱크들의 모임인 ‘Think-20’에 참석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을 종합해 보면 우리 국민은 우리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시각이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부정적인 것은 아마도 대선 과정에서 표출된 경제 양극화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업 등 기업 부문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호조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개선되지 않고 악화된다는 것이다.



 경제 양극화는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일반 국민의 주 소득원인 노동에 대한 보상과 기업의 주 소득원인 자본에 대한 보상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13개 선진국(OECD 회원국)의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 비중의 추이를 비교한 것이 그래프다. 우리 경제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 비중은 이들 국가에 비해 절대수준이 낮다. 그나마 2008년 이후 하락해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 핵심이 글로벌 밸류 체인에 있어 자본집약적인 업무에 특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산업의 생산요소 배분에 있어 자본이 노동에 비해 생산성이 높아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서 노동보다는 자본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에 대한 보상이 생산성보다는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된다면 노동의 생산성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우리 주력 산업이 노동 투입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기술 주도산업보다는 남이 개발한 기술에 의존하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전반적인 기술수준이나 공급되는 노동의 질이 신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는 인센티브에 민감히 반응한다. 고용에 대한 과잉보호,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 결정 등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투입량 조정이 신축적인 자본을 더 사용하는 산업으로 전환시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럽 국가들처럼 기존 고용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생산성과 괴리된 임금 결정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신규 노동의 진입을 저해하고 노동시장을 정규직 중심의 보호 부문과 비정규직 중심인 보호되지 않는 소외 부문으로 이원화시켜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절대수준이 낮고 하락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지원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 노동시장의 신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동 관련 제도의 전반적인 개혁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개혁이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는 데서 물꼬를 트고, 각종 제도 개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바꾼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모든 성공에는 정형화된 공식이 없지만 모든 실패에는 반드시 공식이 있다는 점에 유념하기 바란다.



김 성 민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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