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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값 등록금보다 악덕 사학 정리부터 하라

중앙일보 2012.12.28 00:56 종합 34면 지면보기
서남대 등 6개 대학을 운영하던 이홍하(74)씨가 학교와 병원 돈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엊그제 구속됐다. 등록금 등으로 이뤄진 교비를 빼내 건설사에 투입하거나 학교 부지를 구입하는 데 쓴 혐의다. 이씨가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학교 공사를 도맡아 했고, 그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챙겼다고 한다. 때만 되면 꼬박꼬박 들어오는 등록금을 가지고 대학을 계속 설립하다 보니 남원에서 출발한 그의 대학이 이젠 수도권인 경기도 화성까지 진출했다.



 이씨는 이미 1997년에도 학교 공금 40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던 경력이 있다. 당시 교육부는 이씨가 설립한 대학 중 한려대와 광주예술대에 대해 폐쇄조치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 대학은 폐쇄는커녕 지금까지 학생들을 계속 선발해 왔고, 이번에도 교비를 빼내는 창구 역할을 버젓이 했다. 건전한 사학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도 극소수의 부실·악덕 사학들이 물을 흐리다 보니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불신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례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부실·악덕 사학을 뿌리뽑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설립 인가 조건만 채우면 마구잡이로 대학을 설립하도록 허용해 주다 보니 대학 운영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악덕 사학업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기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대학이 당초 설립이념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지, 재단전입금이나 법적 의무부담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면밀히 감사해야 한다.



 또 하나는 반값 등록금보다 부실·악덕 대학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교육 공약에서 2014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등록금 총액인 14조원을 절반으로 만들기 위해 무려 4조원이라는 국가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돈이 자칫 부실 대학의 연명 수단으로 쓰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씨가 운영하는 6개 대학 중 불과 두 개만이 정부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로 볼 때 반값 등록금에 앞서 부실 대학 정리가 우선돼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4개 대학을 퇴출조치했으며, 21개 대학을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한 상태다. 어차피 2025년이면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16만 명이나 모자란다. 상당수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새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이어가야 하며, 법망을 피해가며 등록금 장사를 하는 부실 사학은 반드시 문을 닫게 해야 한다. 등록금에 손을 댄 학원 운영자 역시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퇴출하는 등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이 대학에 공돈처럼 여겨지는 일이 없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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