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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의 유혹 … +a 찾다 울었다

중앙일보 2012.12.28 00:56 경제 1면 지면보기
회사원 한모(24·여)씨는 지난달 월 50만원씩 10개월간 부어왔던 적금을 깼다. “최고 연 7%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올 초 가입한 상품이었다. 당시 한 해 카드를 1000만원 이상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는 한씨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카드 실적이 전년보다 1000만원 ‘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이자를 조금 더 챙기려다 씀씀이만 늘어날까봐 중도해지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시대, 은행 ‘낚시 상품’에 안 걸리려면

 정기적금·예금의 금리가 연 3%대에 불과한 저금리 시대인 요즘 ‘고금리’의 유혹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은행은 한 푼이 아쉬운 고객을 노리고 고금리 목돈 모으기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무리한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08%로 지난해 말(3.77%)에 비해 0.7%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기준금리가 당분간 오르기 힘든 만큼 은행권에서 예·적금 금리를 올릴 여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은행이 연 4% 이상의 고금리를 준다고 고객을 유혹하는 데는 ‘꼼수’가 숨어 있다.



 우리은행에서 대표적인 고금리 상품으로 꼽히는 ‘매직7적금’은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약 38만좌가 팔렸다. 기본금리는 연 4%지만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2~3%포인트 금리를 더 준다. 하지만 이 ‘카드 사용 실적’을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다. 최고금리인 ‘7%’에 도달하려면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신용카드 이용액이 1년 700만원, 2년 1700만원, 3년 2700만원이나 된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첫재테크적금’에도 2년 동안 29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기본금리는 4.1%(3년 만기 기준)이지만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금리 4.26%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만 18~38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최대로 불입할 수 있는 금액은 월 30만원에 불과하다.



 고금리 혜택도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평가 다. 30만원씩 3년 만기 월복리적금에 실제 가입했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60만원가량으로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3년 만기 일반 적금금리 이자(57만7500원)보다 2만2500원 더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년 만기 단기적금에 여러 차례 넣으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라며 “복리 상품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일종의 ‘낚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부장은 “시장금리는 떨어지는데 예·적금을 하겠다는 고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기본금리를 높이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은행마다 일부 상품에 고금리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은행PB는 “4~5%대 상품이 자취를 감추면서 낚시 상품인 줄 알면서도 아쉬운 대로 일단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고금리 광고에 현혹되기보다는 상품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경식 금융감독원 은행영업감독팀장은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는 꼭 제한조건이 있다”며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않은 은행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미·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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