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갑 풀기' 女기자 직접해보니 "붉은자국이…"

중앙일보 2012.12.28 00:55 종합 14면 지면보기
본지 기자의 오른손에 시범으로 약간 느슨하게 차본 수갑이 반쯤 밀려나온 장면. 톱니 21개 중 10개만 채운 상태의 수갑이 손쉽게 손에서 벗겨져 나왔다. [전익진 기자]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관이 갈고리를 누르자 톱니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며 손목을 죄어왔다. 기자는 손목 둘레가 16~17㎝로 가는 편이지만 손을 꼼짝달싹할 수가 없어 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경찰관은 “수갑 톱니는 모두 21개가 2중(구형) 또는 3중(신형)으로 있는데 지금 13개까지 채운 상태”라며 “성인의 경우 보통 12∼15개를 채우는데 그러면 수갑이 결코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폭행범 수갑 헐겁게 채운 의혹

 기자가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자 그는 수갑을 푼 뒤 다시 채웠다. 이번에는 톱니 10개까지 채웠다고 했다. 약간은 헐거워진 듯했다. 오른손을 오므려 동그랗게 만든 뒤 왼손으로 수갑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불과 10초 만에 수갑을 푸는 데 성공했다. 엄지손가락 위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27일 오후 경력 10여 년째인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수갑을 차고 푸는 과정을 시연해 봤다. 경찰 조사 중 도주했다 붙잡힌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32)씨가 수갑을 어떻게 풀 수 있었는지 규명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일반 시민으로 하여금 같은 실험을 해보도록 했다. 기자보다 손목이 훨씬 굵은 김모(60·경기도 의정부시)씨의 손목에 톱니 10개가 들어가게 수갑을 채웠다. 수갑과 손목 사이에 손가락 한 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남았다. 김씨가 수갑을 스스로 풀려고 여기저기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않았다. 톱니 수를 7개로 줄여도 마찬가지였다. 수갑을 푼 뒤 톱니 4개까지 들어가도록 다시 채웠다. 김씨는 20여 초 만에 혼자 힘으로 수갑을 풀었다.



 실험에 도움을 준 경찰관은 “방금 체험해 본 바와 같이 정상적으로 수갑을 꽉 채울 경우 순식간에 수갑을 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형사과에 근무하는 다른 경찰관은 “피의자들은 수갑을 채우는 시늉만 해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등 엄살이 심하다”며 “피의자가 손목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면 수갑을 다소 느슨하게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산경찰서에서 달아난 노영대의 경우 처음부터 수갑이 느슨하게 채워졌기에 도주 직후 바로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산경찰서 측은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수갑을 채웠다”며 “하지만 손이 작은 편인 노씨가 빠른 속도로 낚아채듯 잡아당겨 수갑을 풀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처음부터 수갑을 느슨하게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최모란 기자





[관계기사] ▶ 성폭행범, 일산~인천 걷는 동안 검문 한 번 안 당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