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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도, 학교 중퇴도, 내게는 문제가 아니었죠

중앙일보 2012.12.28 00:32 종합 22면 지면보기
폴 스미스
‘영감은 우리의 온 주위에 있다. (Inspiration is all around us.)’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고백
“내 관심은 명성이 아닌 사람”

 영국적 전통에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결합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폴 스미스(66)의 모토다. 그는 전세계 70여 개국에 400개 이상의 매장을 갖춘 브랜드 폴 스미스의 창업자이자 수석 디자이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비틀스 전 멤버 폴 메카트니, 록 가수 데이비드 보위 등이 즐겨 찾는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다.



 뿐만 아니다. 60대임에도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아이팟과 아이폰·아이패드를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45)조차 그에게 창조성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폴 스미스는 애플 본사를 찾았던 경험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 회사는 정말이지 비밀이 엄청나더라. 회의실까지 가는데, 혹시라도 신제품이 노출될까 봐 그래서인지, 어떤 특별한 복도를 내려가야 했다….”



 폴 스미스가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털어놓은 신간 『폴 스미스 스타일』(아트북스)에서다. 그는 학교에서 ‘늘 떨어지는 학생’이었고, 열다섯 살에 학교를 중퇴했다. 어릴 때부터 심한 난독증을 앓았다. 그러나 콤플렉스 따위는 없었다. 장인정신과 유머감각의 결합, 이게 폴 스미스 스타일이다.



폴 스미스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가 찍은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단추들. [사진 아트북스]
 ◆“가게 일이 좋았다”=폴 스미스는 열여덟에 옷 가게를 여는 친구 일을 도왔다. “가게 일을 위해 일찍 일어난다는 게,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게, 모든 것을 정리한 후 밤늦게 문을 닫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금방 배웠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일류 패션 스쿨에 다닌 많은 디자이너들은 못해본 경험’이었다.



 결국 그는 스물넷에 고향 노팅엄에 한 평쯤 되는 작은 가게를 연다. 이때 경험이 아니었다면 사업과 창조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유럽에 1000명, 일본에 2000명 등 3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사업을 이끌며 대단히 많이 배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그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기 위해 그는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고 한다. “저들 역시 똑같은 사람이야. 화장실도 가고,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기저귀도 갈아줬을거야…”라고.



 ◆모든 이가 스승=학교는 일찍 그만뒀지만 스승은 도처에 있었다. 어느 양복쟁이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들은 강좌에서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영국왕립예술학교 출신의 아내로부터 패션의 기본 원칙을 배웠다. 또 브랜드를 대표하는 ‘줄무늬 패턴’을 만들 때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완성할 것을 고집했다. 그는 “약간의 휴먼터치야말로 모든 차이를 만들어내는 우아한 결함”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는 자신만의 재능은 무엇일까.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하고도 꽤 잘 지내는 성향”이라고 했다. 의사소통 능력과 관찰력이다. 패션에서 엘리트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그의 개성으로 여겨진다. “내 관심사는 명성이 아니라 사람이다. 영감을 주는 재료를 기록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관찰만큼 재미난 일은 없다”고 했다. 폴 스미스 신화는 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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