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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그녀, 쇼핑은 스마트폰으로 옷장은 칩시크 스타일로 채웠다

중앙일보 2012.12.28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은 매장마다 완판되며 올해 500억원 매출을 올렸다(왼쪽 사진). 롯데마트는 옷을 저울에 달아 100g당 3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중앙포토]


새내기 직장인 이나현(24·경기도 용인)씨는 자칭 ‘칩시크(Cheap-Chic·적은 비용으로 세련된 멋을 내는)족’이다. 상·하의는 5만원대 안팎의 신상품을 입고, 밝은 색상의 모자와 머플러 같은 액세서리를 이용해 포인트를 준다. 소재만 좋다면 길거리 보세가게, 온라인몰까지 가리지 않고 들어가 산다. 이씨는 “이렇게 입으면 매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2012 패션산업 10대 키워드



  지난 10월 리뉴얼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영플라자. 들어서면 마치 홍대나 가로수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카시나’ ‘라팔레트’ 같은 유명 길거리 패션매장들이 대거 입점해서다. 백화점 최초로 온라인 의류쇼핑몰인 ‘스타일난다’의 매장도 생겼다. 23일 이곳을 찾은 이승진(27·건국대 대학원)씨는 “백화점이라면 무조건 비쌀까봐 들어가기 꺼려졌는데 친숙한 브랜드들이 있어 다니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 하고, 이에 대응해 백화점들은 온라인몰까지 과감히 입점시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 패션 시장과 업계 트렌드가 그랬다.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패션업체는 업체대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와중에 나타난 현상이다. 삼성패션연구소가 2012년 패션산업을 결산한 결과가 이렇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7일 올해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한 ‘2012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년 1월 3일까지 진행 중인 에잇세컨즈 세일 가격 기준 자료=제일모직 에잇세컨즈


 ①1년 내내 세일=85일. 올해 백화점업계의 정기세일 일수다.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늘어 역대 최장 세일 기간을 기록했다. 원래 정기세일은 계절별로 17일씩이지만 올여름엔 31일, 가을엔 19일로 기간을 늘렸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재고 소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거의 매달 시중가보다 절반가량 가격이 저렴한 ‘반값’ 물건들을 내놨다. 롯데마트는 올 4월과 9월 옷을 저울에 달아 100g당 3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②가치소비=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였다. 하지만 무조건 지갑을 닫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제품은 과감히 구매했다. 주부 김소현(30·서울 일원동)씨는 “유니클로 히트텍같이 1만~2만원대의 저렴한 상품들을 속에 입으며 아낀 돈으로 H&M이나 유니클로가 디자이너와 협업한 10만~20만원대 외투를 샀다”고 말했다. 스웨덴 데님 브랜드인 ‘칩먼데이’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한 달 평균 2000만원어치씩 팔렸다. 외국 브랜드면서도 가격은 국산 브랜드인 버커루의 절반 수준이다.



 ③칩시크=올해는 이나현씨처럼 적은 돈으로 다양한 옷들을 구매해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 입으려는 칩시크족들이 대세였다. 그래서 디자인은 간단하지만 컬러가 화려하거나, 반대로 무채색이지만 소재가 독특하거나 디자인이 과감한 옷들이 잘 팔렸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의 대표 상품인 ‘저지 티셔츠’는 칩시크 붐을 타고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에 비해 55% 늘었다.



 ④‘잇 아이템’의 등장=올해 패션시장의 강자는 가치소비를 기반으로 한 ‘잇 아이템’들이었다. ‘잇(it)’이란 ‘바로 이거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오롱패션의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쿠론’은 70만~100만원대 가격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앞세워 20~30대 여성들의 ‘잇 백’이 됐다. 올해 매출은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로스펙스의 워킹화 ‘W’는 5만~10만원대의 가격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는 ‘힐링 워킹’을 컨셉트로 내놨다. 지난해 2700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올해 3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⑤유통채널 ‘하이브리드’ 전략=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3월 만든 온라인쇼핑몰 ‘엘롯데’는 ‘고품격 온라인몰’을 컨셉트로 삼더니 이달 26일까지 누적 매출 610억원을 기록했다.



 ⑥모바일 커머스=패션업체들은 ‘엄지 쇼퍼’를 잡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올해 모바일쇼핑 이용자가 1000만 명, 거래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그동안 자사 브랜드의 홍보나 매장 정보들만 제공했지만 올해엔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다. 선두주자는 SPA브랜드들이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는 지난 8월 패션브랜드 최초로 온라인몰과 모바일쇼핑몰을 함께 열었다.



 ⑦더 강력해진 SPA브랜드=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게 SPA브랜드들이다. 국내 판매 중인 SPA브랜드 중 매출 1위인 유니클로는 매년 60%를 웃도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라와 H&M, 에잇세컨즈도 저마다 차별화된 제품들을 내놓으며 백화점 영패션 브랜드들의 자리를 꿰찼다. 이랜드는 내년 10개의 SPA브랜드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⑧아웃도어 레드오션=지난해 전성기를 맞았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올해 업체 수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증가해 40여 개나 된다. 내년엔 업체 수가 더 늘어나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파는 ‘이젠벅’을,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살로몬’을, 호전리테일은 ‘페리노’를 각각 출시 준비 중이다.



 ⑨강남스타일=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한류가 더 거세졌다. 이런 물살을 타고 한국 패션브랜드의 외국 진출도 활발하다. 이랜드는 중국 내 64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올해 2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일모직은 중국 전용 패션 브랜드 ‘알쎄’를 올가을 론칭하기도 했다. LG패션 ‘헤지스’는 이번 달 초 대만에 진출했다.



 ⑩인문학 바람=경기침체를 타개하느라 고생한 상당수 패션업체들은 ‘힐링’으로 결속력을 다졌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6월 사내 소통과 화합을 위해 윤윤수(67) 회장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1박2일짜리 ‘행복캠프’를 열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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