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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12년과 함께 기억될 시민영웅들

중앙선데이 2012.12.23 01:57 302호 2면 지면보기
고 이재홍군, 고 김재익 경사.

올해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다 세상을 떠난 우리의 영웅들이다. 이재홍(16)군은 지난 6월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탈진해 익사한 계룡공고 1학년이었다.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김재익(52) 경사는 지난 10일 야간근무를 마친 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의식을 잃고 끝내 숨졌다. 그는 바쁜업무 중에도 19년 동안 매달 두 차례씩 봉사활동을 해 온 모범 경찰관이었다.

2008년부터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수여하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에쓰-오일은 21일 이군과 김 경사를 ‘2012년 시민영웅 의사자 (義死者)’로 선정했다. 이들과 함께 다른 ‘시민영웅 의인’ 17명도 뽑아 함께 발표했다. 60대 여성을 불 속에서 구해낸 강원도 평창군
미탄우체국 집배원 전인호(50)씨, 격투 끝에 성추행범을 붙잡은 야구해설가 이병훈(45)씨,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3)를 안고서 달아나던 납치범을 맨몸으로 막아낸 김현옥(42)씨 등이 주인공이다.

기적을 만들어낸 시민영웅에겐 공통점이 있다.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누군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불의를 보면 본능적으로 맞서면서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불길을 뚫고 들어가 질식해 쓰러진 여성을 업고 달려나온 전씨는 키 1m57cm, 몸무게 65kg의 작은 체격이다.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왔느냐는 물음에 그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보고만 있느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납치범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낸 김현옥씨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애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타인의 위급함 앞에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정의로운 마음은 어지러운 세파 속에서 더욱 반짝인다. 말만 앞세우는 게 요즘 세상이다. 누구나 입으로는 이웃사랑이나 복지나 정의를 들먹인다. 하지만 몸을 던져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시민영웅 의인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밝히고 잠든 세상을 일깨우는 존재들이다.

이들뿐이 아니다. 10년째 겨울 난방비를 걱정하는 이웃을 위해 연탄 2만 장을 준비한 독지가, 2년째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함에 1억 5750만원을 넣고 사라진 기부천사, 한푼 두푼 아껴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런 이웃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그나마 각박하지 않다.

큰 일이 아니어도 좋다. 주변을 돌아보고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어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지 생각하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모일 때 세상을 바꾸는 불빛은 더욱 환해지게 된다. ‘사랑의 열매’ 캠페인을 벌이는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의 말처럼 ‘세상에 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이웃에 손을 내밀 때 우리 사회는 더 밝아지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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